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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글이 Feb 08. 2024

나는 어떤 배역을 맡아 살아가고 있을까?

셀프심리분석보고서

  좀 단순하게 설명하면 타인은 나에게 두 가지 느낌으로 다가왔던 거 같다. 챙겨줘야 하는 사람 또는 공격적인 사람. 한 사람의 대인관계 패턴은 어린 시절 양육환경에 의해 형성되어 평생 반복된다고 한다. 음악으로 설명하면 한두 가지 중심주제가 정해지고 이를 중심으로 변주되는 교향곡이다. 우리는 살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직장동료, 친구, 애인, 배우자 등등. 만일 비슷한 이유로 관계가 무너지는 경험이 반복된다면 원인은 나에게 있다. 물론 상대가 사이코패스라든지 특수한 상황은 예외로 하지만, 예외는 말 그대로 예외일 뿐이다.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사이코패스야.' 이런 사람이 있다면 본인부터 의심해 보는 게 합리적이다.



 내 사례를 좀 더 이야기해 보면, 어린 시절 아버지는 폭력적인 성향으로 나를 공격하는 사람의 타입이다. 같은 상황에서 어머니는 나에게 의지하는 사람의 타입이다.

  단순한 패턴이 반복된다고 하면 나는 지금까지 타인들이 내게 의지하거나 나를 공격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품고 살아왔을 수 있다. 결국 공격적인 사람에겐 나도 그에 합당하다고 느껴지는 공격으로 맞서고, 의지하는 사람은 귀찮은 존재라고 느낀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는 건 이분법적이고 지나치게 단순한 설명이다. 인생은 결코 0과 1로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관계의 프로토타입을 찾아내고 인식하는 것은 나를 이해하고 앞으로 맺을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닌데?! 나는 훨씬 다양한 관계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부럽다고,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속으면 안 된다. 좀 더 주의 깊게 관찰하고 다시 성찰해 보자. 표면적인 차이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다. 예를 들어 폭력적인 아버지가 싫어 지나치게 유순한 남자를 만났다면 본인이 거기서 폭력적인 사람의 배역을 맡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이렇게 꼬아서 고민하는 게 좀 피곤해 보이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톨스토이도 말했다시피 '모든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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