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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글이 Feb 13. 2024

나의 교직탈출 일대기

1편

  요즘 교권이 무너지고 많은 선생님들이 자살하면서 현직 교사들에게 교직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등 웃픈 농담이 돌고 있다. 엄숙히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현재 교사를 그만두려는 분들이 있다면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장하거나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글이 아닌 순전히 개인적인 진로탐색 경험담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한 가지에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진로에서도 적성, 흥미, 경제력 등 모든 것을 고려한 최선의 직업을 선택해 인생을 갈아 넣어 최상의 성과를 내려고 작정하고 있었다. 흥미 부분에서는 강력하게 끌렸던 과목은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으로 굳이 외우지 않더라도 성적이 잘 나왔다. 철학자의 삶이 상당히 흥미로웠고 잠시 철학과를 지망해 볼까 했지만 무언가 더 영향력 있고 선망받는 직업을 하고 싶어 그만두었다.(부모님도 굶어 죽을 일 있냐며 뜯어말렸을 것 같지만 한 고집하는 내가 봐도 당시로선 전망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문과였던 나는 상위권성적이 선택할만한 직업인 변호사를 꿈꾸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고등학교 2학년 갑자기 로스쿨 법안이 통과되었고 전국의 명문대 법학과는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 나는 일단 수능을 잘 보고 성적순으로 과보다는 대학간판에 초점을 두고 진학하려고 마음먹었다. 로스쿨이야 나중에 생각하면 될 일 아닌가? 하지만 내 생각대로 성적은 나오지 않았고 무슨 생각인지 생뚱맞게 교대에 진학하게 된다.(난 이때 수능점수별 지원가능대학 표에서 교육대학교라는 존재를 처음 알았다; 관심이 없어서 사범대에서 초등교사도 되는 줄 알았다...) 

  돌이켜보면 서울 중위권 대학에 진학해 로스쿨을 노리는 게 더 나은 전략이었지만 당시에는 일단 집 근처 등록금 싼 대학에 등록해 두고 반수를 하자 라는 어이없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당시 집안 사정상 사립대에 등록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고 스스로 면피용 대학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런 조건에서는 교대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고 부모님도 좋아하셨다. 내 성적에 합당한 교대 대학원서는 분명 내 손가락으로 쓴, 내 선택이었던 것이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여기서부터 꼬였다고 늘 생각해 왔다. 


  어쨌든 대학 진학 후 다시 수능을 볼 용기는 나지 않고(엄청나게 변호사가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학교는 다니기 싫어 안 갈 때가 많아 F학점도 맞는 등 불성실한 4년이 흘러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방황하는 날 도와준 동기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학점은 쓰레기였지만 고맙게도 어찌어찌 졸업은 시켜줘 졸업장과 세트로 초등정교사 2급 자격증을 받게 되었다. 동기들은 졸업과 동시에 임용고시에 붙어 24살에 교사가 된 사람들이 많았다.(당시 초등임용고시는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 나는 결코 이대로 교사가 되진 않을 거라 다짐하며 두 번째 미친 선택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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