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재훈 Mar 01. 2020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

이윤 창출 가능성이 곧 기업의 가치

전 세계 스타트업의 성지인 미국에서 VC 투자가 다소 위축되고 있고 기업공개에 나선 스타트업들 역시 상장 이후에 주가가 하락하며 기업가치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에서 새로운 분야의 고성장을 추구하는 스타트업들은 상대적으로 전통 산업에 속해있는 업체에 비해 우호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투자를 받고 투자금을 태워가면서 몸집을 불리는 게 한 동안의 추세였다.


원래 기업의 가치평가의 기본 가정에는 해당 기업이 창출해 낼 수 있는 이윤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거다. 매출로 기업가치를 매기는 게 아니다. 물론 매출은 중요하다. 시장규모나 점유율을 산정할 때는 모두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고 매출액에서 비용을 차감한 게 이익이니 매출이 커야 이익도 커질 가능성인 높다. 다만 전통적으로 투자업에 종사하는 펀드 매니저들이 늘 염두에 두는 부분은 회사가 속해있는 사업의 매출 총이익률(Gross Profit Margin)과 영업비용을 차감한 영업이익(Operating Profit)이다. 매출 총이익률이 중요한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을 때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 이익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제조업의 원가율은 60~70% 정도가 된다. 여기서 영업비용을 제하고 영업이익을 남기기 때문에 보통 일반적인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10%를 넘기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니 삼성전자의 놀라운 영업이익률을 보면 정말 대단한 기업이다. 이렇게 높은 이익률을 낼 수 있는 건 디램 산업이 삼성 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만 남은 과점시장이기 때문이고, 일반적인 산업에서 이렇게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산업이 있다면 높은 확률로 후발주자가 따라 들어오게 된다. 디램 산업에서 후발주자가 진입할 수 없는 건 어마어마한 capex가 필요하기 때문이고, 어떤 후발주자가 진입한다면 기존의 과점 사업자들이 가격을 낮춰서 후발주자가 진입하는 걸 막아버릴 게 분명하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업체들을 분석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어떤 업체가 좋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는가? 잘 살펴보면 이익률이 높은 회사들이 밸류에이션을 우호적으로 평가받는다. 산업별로 적용되는 밸류에이션 배수가 다르다. 우리나라 전체 주식시장의 PER 배수가 평균적으로 12~13배 정도 되니까 이것보다 낮은 업종은 밸류에이션을 낮게 받는 거고 이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는 업종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거다. 대표적인 저 밸류에이션 업종이 자동차, 자동차 부품 업종이다. 이 업종은 매출 규모는 매우 크지만 영업이익률이 low single digit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고 밸류에이션 업종은 제약/바이오, IT 소프트웨어 업종이고, 이 업종의 특징은 영업이익률이 30%를 넘어서는 매우 좋은 이익률을 유지하는 업종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내는 업체가 있다면 분명 후발주자가 따라 들어오게 마련인데 제약/바이오나 IT 소프트웨어 업종은 기본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입장벽이 형성되는 업종이기 때문에 쉽사리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가 매우 어려운 업종이다. 전 국민이 모두 쓰는 네이버, 카카오 같은 회사들은 진정한 플랫폼 기업이라고 볼 수 있고 신규로 이 정도의 사용자를 갖춘 플랫폼 업체가 등장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제약회사들은 글로벌 기업들이 수십 년 전에 만들어놓은 화학 의약품을 잘 베껴서 판매하는 형태로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도 잘 먹고 잘살고 있다. 다만 누구나 잘 베껴서 마케팅만 잘하면 되다 보니 대형병원 의사들의 갑질에 시름하며 영업을 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그래서 최근의 제약/바이오 업종에서는 신약을 개발하는 바람이 불고 있고, 이 바람이 10년 이상 불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의미 있는 신약이 개발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눈여겨볼만한 회사는 셀트리온과 메디톡스 그리고 휴젤이다. 셀트리온은 정말 대단한 뚝심으로 만들어진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는 회사다.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이 열심히 화학 의약품 카피약을 만들 때, 전 세계에서 블록버스터로 잘 팔리는 바이오신약의 복제약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회사를 만들고 연구 개발하고 오리지널 약과 동등 이상의 바이오시밀러를 만들어서 유럽, 미국 시장에 신나게 팔고 있으며 이익률 또한 35% 수준으로 매우 높다. 셀트리온의 매출 규모에서 이 정도 영업이익률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정말 대단한 거다. 셀트리온이 성공하는 걸 보고 삼성이 바이오시밀러 회사를 만들었을 정도니 셀트리온은 정말 어마어마한 회사다. 그 이면에 깔린 셀트리온 - 셀트리온 헬스케어로 이어지는 재고매출의 채권 팩토링은... 정말 예술 같은 일이었고 결국 시간을 잘 버텨낸 덕분에 재고매출이 실제 판매로 이어지게 되어 기업가치가 더 상승하는 기염을 토한 희대의 회사다.

메디톡스와 휴젤의 사례도 꼭 공부해볼 만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톡스는 미국의 앨러간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보톨리눔톡신의 상품명이다. 이 보톡스라는 제품은 상당히 재미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보톨리눔톡신이라는 물질은 매우 독한 독성물질이고 이걸 취급할 수 있는 기관도 매우 제한적인데, 이를 앨러간에서 상업화에 성공한 것이었고 앨러간 혼자 만들 수 있으니 비싸게 잘 팔아먹고 있었던 거다. 이걸 우리나라의 메디톡스가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어딘가에서(???) 잘 챙겨 와서 (거의 문익점급) 배양에 성공하여 국산화하여 메디톡신이라는 보톡스 카피 제품을 만들어 낸다. 메디톡스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50%를 넘었으며 현재도 높은 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메디톡스가 잘되기 시작할 무렵에 휴젤이라는 훌륭한 회사가 등장하여 보톡스 유사제품과 필러를 신나게 팔아대면서 마찬가지로 50%를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다가 최근 30%대의 영업이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셀트리온 메디톡스 휴젤 과 같은 회사들의 특징은 원가율이 30% 이하로 매우 낮아 영업비용을 차감해도 30% 이상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거다.


매출 1,000억 원에 이익 100억이 나는 회사와 매출 1,000억에 이익이 350억이 나는 회사가 있다고 하면 어떤 회사의 기업가치가 더 높을까? 당연히 후자다. 전체적인 매출 성장률과 이익률이 유지되는지를 추가로 살펴봐야겠지만 전자의 회사는 기업가치가 1,000~1,500억 원 수준이 적정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후자의 회사는 3,500~7,000억 원까지도 평가받을 수 있는 회사라고 볼 수 있다.


매출이 중요한가? 이익이 중요한가? 비즈니스의 특성상 먼저 매출을 키우고 후에 수익화를 추구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우라면 적자를 감안하면서라도 매출 규모를 무조건 키워서 과점화된 다음 수익화를 하면 된다. 하지만 모두가 플랫폼이 될 수는 없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을 창출하는 거다.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이익지표보다는 매출지표를 더 우선시하는 데 일정 부분 동의한다. 다만 플랫폼 기업을 제외하고 일정 시점이 지나서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은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법인이 아니라면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벤처투자 시장은 정부가 보호해주는 산업이다. 미국, 중국의 벤처투자 시장은 이미 하락 사이클에 진입한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부 주도의 대규모 펀딩에 기인한 활발한 투자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라임, 알펜가 촉발한 사모펀드의 위축으로 비상장 벤처기업의 밸류에이션 버블이 다소 사그라들기는 했으나 대형 VC 주도의 수천억 벤처펀드들은 여전히 경쟁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내가 투자한 이후에도 다른 투자자가 다음 라운드에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투자를 해줄 거라는 막연한 믿음에 기대기보다는 스타트업 자체적으로 어느 시점부터 이익을 내고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상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맞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벤처투자자의 소소한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