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기고 목적으로 제안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위와 같이 알람이 떴습니다. 출간·기고 목적으로 어느 분이 제안을 하셨다고요. 알람을 본 순간 심장이 너무나 뛰었습니다. 곧바로 이메일을 확인했고요. 확인해 보니 월간 매거진 <번역하다>의 편집을 맡고 계신 분이었고 제 브런치스토리 글 중 "번역이라는 여전히 녹록지 않은 세계"를 본지에 게재하고 싶으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의 한 때 꿈이었던 번역. 그 꿈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지는 못하지만 한 때 가슴속에 고이 간직했던 번역에 대한 갈망이 조금은 남아있었나 봅니다. 본업과 상관없는 번역 관련 책, 이지민 번역가가 쓴 <그래도 번역가로 살겠다면>을 읽고 리뷰를 쓴 “번역이라는 여전히 녹록지 않은 세계"였으니까요. 진부한 표현이지만 번역이라는 꿈을 갖고 있던 그때를 떠올리며 차곡차곡 담아 쓴 제 마음이 누군가에게 전달되어 매거진에 게재하시겠다고 하니 너무나 기뻤습니다. 동시에 제 글이 어느 곳에 실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발견한 것이라 그 성취감은 말할 것도 없었고요. 물론 이른 판단과 자만이겠지만 그 순간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
그렇게 제가 쓴 글을 보내드리기 위해 브런치스토리에 올린 글의 파일을 다시 열어 수정 작업에 돌입하였습니다. 수정할 것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처음에 예상했었지요. 맞춤법 검사뿐만 아니라 그래도 2~3번은 다시 읽고 어색한 부분은 고쳐서 조금 더 완벽성을 기하여 발행을 클릭하니까요. 하지만 예상외로 오류가 많아 당황스러웠습니다. 띄어쓰기 오류, 맞지 않은 표현과 주술 호응 등 오류가 다수 있었습니다. 그런 글들을 세상에 내놓았었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웠습니다.
내친김에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 합격 후 초창기에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얼굴이 뜨거워지더군요. 글 한 편 한 편에 제 경험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 썼던 것인데 어색한 표현 때문에 글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있고 그때의 진심이 지금은 살짝 유치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이전 글들을 읽을수록 겹겹이 쌓이는 부끄러움과 발행을 누르기 전 그 정도에 만족했다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에 점점 뜨거워지는 얼굴과 더 빠르게 뛰는 심장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대학원 석사과정 중 교수님의 매번 혹독하게 주시던 피드백이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매주 저를 포함한 자신의 지도학생들의 논문을 함께 읽고 피드백을 주시던 교수님을 진심으로 존경했습니다. 동시에 매주 한 문단을 다 못 넘기며 한 문장, 두 문장에 대해 뼈저린 피드백을 받고 나면 매번 속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눈물 날 정도로 저의 고쳐야 할 부분을 바로 잡아주시는 교수님 덕분에 수련과 성장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음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만 억울한 감정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마음 한편에는 그 정도로 내가 논문 그러니까 글을 못 쓰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조금은 있었으니까요.
자신의 논문을 매번 노트북 화면이 아닌 페이퍼프린트해 한 줄 한 줄 정말 세세하게 읽어보며 몇 번의 수정작업을 거치신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저는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과 함께 능력에 비해 비교적 빨리 만족한다는 성급함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쓴 표현과 문장에 대한 더 깊은 사고와 더 많은 퇴고가 필요하며 그 과정을 통해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배웠고요.
이번 제안을 통해 거친 퇴고과정은 또 한 번 석사과정 중 배운 것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나를 믿지 않고 계속 글을 들여다보며 오류를 찾는 작업은 앞으로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태도와 자세를 몸에 새기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글을 묵혀두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새로이 배웠습니다.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한 그 시점에 쓴 글들을 읽어보니 발행 취소를 하고 싶은 만큼 부끄러움이 차오르는 글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러지 않으려고요. 작가로서 저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지난한 과정을 감내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월간 매거진 <번역하다>에 제 글이 실리는 그 경험을 통해 여러모로 배웠습니다. 앞으로의 글쓰기에 너무 많은 부담을 갖진 않을까 우려도 되지만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연습 또한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꾸준히 쓰고 읽고 또 고치며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간직하고 키워나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