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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Feb 06. 2024

곰돌이야, 가지 마. 힝.

11. <The Little Bear Book>

 딸이 노부영 베이비 베스트 책과 음원에 익숙해진 것 같아 새로운 책을 사주었다. 노부영 베스트와 스테디. 책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눈길이 갔던 그 이름. Anthony Browne. 책을 펼치자마자 그의 그림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소개할 이 책은 아니지만 그의 책들을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많이 읽어주기도 했다. 딸에게 읽어준 그의 책은 <The Little Bear Book>.



귀여운 곰이 산책을 시작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림책 <The Little Bear Book>은 그림에서 보듯 귀여운 곰이 산책을 하면서 시작된다. 곰은 산책 중 우연히 만나는 동물들에게 "hello"라고 인사하며 그들 각자에게 필요한 것들을 연필로 그려준다. 여담이지만 딸보다 내가 이 책을 더 흥분해서 즐긴 느낌이다. 그림 자체도 푸근하고 따뜻하지만, 곰이 연필을 들고 다니며 그림으로 다른 동물들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만들어주는 스토리가 인상 깊었다.



산책하다 만난 고릴라에게 인사를 한 후, 그에게 필요한 것을 그림으로 만들어준다.
산책하다 만난 악어에게 인사를 한 후, 트럼펫을 그림으로 만들어 준다.






 이번에는 CD를 통해 노래를 먼저 들려주지 않고, 책을 펼쳐 딸을 내 무릎에 앉힌 뒤 딸에게 직접 책을 읽어주었다. 그림 아래의 영어 문장들이 그리 길지 않고 그림을 잘 나타내주고 있어서 우리말로 번역해 줄 필요는 거의 없었다.



 그림을 보며 최대한 나의 바디 랭귀지를, 집안 장난감들을 활용하여 딸을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하얀 곰이 고릴라에게 곰인형을 그려 만들어줄 때는 집에 있는 곰인형을 그림 속 고릴라에게 주며 "I know what you need."를 반복해서 읽어주었다. 악어에게 트럼펫을 그려 만들어줄 때는 손으로 트럼펫을 부는 시늉을 하며 트럼펫 소리를 내어주었다. 딸이 싱긋 웃는다.

  


그림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에게 마치 빠빠이하고 인사하는 듯하다.



 위 그림은 책의 마지막 쪽인데 영어 발음으로 "바이"라고 읽기보다 딸에게 익숙한 "빠빠이"로 읽어주었다. 더불어 그림 속 곰이 손을 흔드는 모습은 곰이 작별인사를 하며 자신과 헤어지려 한다는 것임을 딸이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그러자 딸이 얼굴을 찡그리며 우는 소리를 내었다. 내가 계속 "빠빠이, everyone"이라고 몇 번 더 읽었더니 읽을 때마다 싫다고 우는 표정과 소리를 했다. '그새 하얗고 귀여운 곰돌이가 좋아졌나 보다, 헤어지기 싫은가 보구나.' 그 자리에서 딸은 그 책을 처음부터 다시 펼쳐 두 번을 더 읽었다. 



 앤서니 브라운 책은, 특히 그림은 한 번 보자마자 두 번 더 보고 싶은, 그림 속 동물들이 또 보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딸을 통해 다시금 느꼈다.  






 요즘 17개월인 딸은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모든 걸 다 흡수해 버린다'는 말이 무엇인지 여실히 느끼게 해 주는 존재다. 우리말은 말할 것도 없다. 어른들의 말을 다 이해하며, 예전부터 들어왔던 표현들을 대부분 말로 표현한다. 그런 딸을 보며 요즘은 새로운 생활 속 우리말 어휘를 알려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어도 딸의 입 밖으로 나온다. 아기 때부터 읽어주고 들려주던 노래가 나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발음은 따라 부른다. 'round and round, round and round'를 "라우 라우"하면서 따라 하고, 내가 기린을 영어로 알려줄 때 자신도 모르게 "지래"라고 따라 하는 딸을 보며 그동안 나와 남편, 할아버지, 할머니 등 많은 이들의 일상 속 말들과 그림책을 보며 들려주었던 말들을 다 듣고 습득하고 있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마치 전공 시간에 배운 언어 습득의 the innatist perspective(선천주의 관점)를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소개하자면,  


 He argued that children are biologically programmed for language and that language develops in the child in just the same way that other biological functions develop. For example, every child will learn to walk as long as adequate nourishment and reasonable freedom of movement are provided. The child does not have to be taught. Most children learn to walk at about the same age, and walking is essentially the same in all normal human beings. For Chomsky, language acquisition is very similar. The environment makes only a basic contribution―in this case, the availability of people who speak to the child. The child, or rather, the child's biological endowment, will do the test.

- p. 15 The innatist perspective: It's all in your mind <How Languages are Learned> by Patsy M. Lightbown & Nina Spada


 저명한 언어학자인 노암 촘스키가 주장한 이론으로 인간은 이미 생물학적으로 언어를 위해 프로그램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들에게 적당한 영양과 움직임의 자유만 있다면 걷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걷기가 모든 인간들에게 근본적으로 같은 것처럼, 언어 습득 또한 아이들에게 누군가가 말해줄 수 있는 환경적인 요건만 있다면 아이 스스로 언어를 습득할 거라는 것.    






 딸보다 내가 영어 그림책을 더 좋아하는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영어, 매력적인 그림이 함께 어우러지니 마치 영어그림책 읽기는 내 취미가 되어간다. 요즘 딸은 책테기인지 책 보다 온 집을, 온 거리를, 놀이터를, 운동장을 방방방 뛰어다니느라 바쁘다.

    

 





1살 딸이 나에게 알려주는 답: 못 알아듣는 것 같아도 딸은 엄마와 책을 읽으며 상호작용 할 때 들었던, 그리고 일상대화 속 표현들을 차곡차곡 습득하고 있다. 충분히 소통하고 상호작용하자. 딸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해주고 표현해 주고 들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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