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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Jun 20. 2023

글 하나의 열량

약 하루치의 육아 에너지

 육아가 처음이라 엄마가 해야 할 일의 가짓수가 너무 많아 정신없고 힘이 든다. 크게 육아, 집안일, 아내로 카테고리화할 수 있다. 그런데 저렇게 세 개로 일이 끝나지 않는다. 육아 하나만 보아도 아래로 먹이기, 재우기, 놀아주기, 씻기기 등으로 세부 카테고리화되며 먹이기 안에도 이유식 만들기, 자기 주도로 먹이기 등 계속해서 기하급수적으로 투두리스트가 늘어난다. 그래서인지, 요즘 체력이 이렇게 약했나 싶을 정도로 기운이 빠지고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하다.


 그러던 어느 날, 보통 육퇴 후 밤에 글을 쓰는데 이 날은 남편이 함께 집에 있어 아침에 글을 썼다. 전날 밤 딸을 재우다 함께 잠들어 글을 못 썼기 때문에. 근데 글을 하나 쓰고 난 후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나면서 활기차게 딸을 안으러 가는 나의 모습에 이게 맞나 싶었다. 사랑스러운 딸만 봐도 힘이 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반성을 해야 하나 잠시 머릿속이 머뭇했지만 엄마도 사람인지라 혼자만의 공간과 정신없는 머릿속을 비우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선배 엄마들의 책과 글들이 맞는 말임을 깨달았다.


 글 하나 쓰는 게 음식이 주는 열량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하나 썼을 뿐인데 그 기력 없던 내가 다시 웃으며 딸과 눈 마주치고 즐겁게 놀아줄 수 있다는 게 그 순간 너무 놀라웠다. 그 에너지가 어디서 생겼냐고 물어보면 글 하나 썼다고 대답할 수밖에.


 그러다가 또 다른 어느 날, 여느 날처럼 집안일에, 육아에 기력이 쇠할 때쯤 아이폰과 연동된 애플 워치로 알람이 왔다. 브런치스토리 어플로 온 알람. 다름 아닌 나의 글을 좋아해 주신 분들이 보내준 라이킷들. 가끔 나를 구독해 주시겠다는 알람까지. 그걸 보니 또 생기 없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만의 글쓰기이지만 내 글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은 요즘 내 인생의 또 다른 기쁨 중 하나다.


 그리고 글을 쓰니 별로 배고프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글을 쓰는데 집중을 하니 배고프다는 감정과 먹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지 않고, 글을 쓰지 않을 때는 글감 탐색을 위해 오늘 하루 특별한 순간에 대해 생각하고, 어떻게 좀 더 글을 잘 써볼까 고민하느라 끼니 시간조차 가끔 잊어 늦게 챙겨 먹곤 했다. 글 하나가 갖고 있는 열량은 생각보다 큰 듯하다. 음식을 덜 먹어도 될 정도라니. 끼니를 잊을 정도라니.

 



 요즘 내가 육아 에너지를 얻는 곳은 글쓰기이다. 글을 쓰고 나면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이 정리된다. 또, 글을 쓰는 시간, 글을 쓰기 위해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글을 통해 섭취한 열량만큼 육아에 매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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