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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Jun 15. 2023

딸이 손을 흔든다.

그림책 속 친구들에게 “안녕~“ 할 때

10개월 갓 넘은 딸과 그림책을 읽는다. 남편도 함께.

남편은 딸의 왼쪽, 나는 오른쪽, 딸은 우리의 체온과 살결로 가장 따뜻하고 부드러운 가운데에 있다.


 “멍멍 강아지랑 야옹야옹 고양이가 인사하네~ OO이도 강아지, 고양이한테 인사하자. 안녕~” 하면

 딸은 손을 흔든다.

 “와 멍멍 강아지가 야옹야옹 고양이집에 놀러 왔네~ 강아지가 안녕~하네. 우리도 강아지한테 안녕~ 안녕~ 하자” 하면

 딸이 웃으며 또 손을 흔든다.

이 책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의 동물이나 장난감 친구들한테도 인사한다. 안녕~ 손을 흔들면서.


 남편과 나는 딸 옆에서 같이 손을 흔들며 셋이서 소리 내며 웃고 있다. 남편과 나는 그런 딸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짓는 웃음이다.


 딸은 안녕하는 인사의 의미를 아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기분 좋아서 팔을 흔드는 것일까? 요즘은 딸이 무언가 하나하나 더 알아가고 표현하는 것 같아서 부쩍 커가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


 매일 딸의 속마음과 머릿속이 궁금하다. 나 혼자 상상하고 짐작하며 추측한다. 그러면서 괜히 교감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나만의 일방적인 착각일까. 어서 내 옆에서 재잘재잘 대며 미주알고주알 사소한 것 하나 다 말해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를 보며 그저 미소 짓는 순간에도 이렇게 행복한데 말을 하며 서로 의미를 주고받는 그 순간은 어떨까?


 남편을 포함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존재가 이 세상에 하나 더 있다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육아를 하며 감내해야 하는 고생과 희생도 못지않게 크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기에 견딜 수 있고 동시에 행복감과 충만함이 함께 존재한다. 시간이 더 지나면서 그 감정들은 켜켜이 축적되어 하나의 암석처럼 뭉뚱그려진 하나의 사랑으로 남게 되겠지.


 10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오신 김형석 교수님도 책 <백년을 살아보니>에서 이렇게 쓰셨다.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면 남다른 고생이었으나 사랑이 있었기에 누구보다도 행복했다고.




 절대적으로 비교할 순 없지만 교수님이 살아오신 인생의 우여곡절만큼 내 힘듦이 크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럼에도 사랑까지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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