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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Jun 08. 2023

요즘 딸이 가장 좋아하는 책

<엄마를 잠깐 잃어버렸어요>

 갓 10개월이 된 딸이 요즘 가장 좋아하는 책이 있다. <엄마를 잠깐 잃어버렸어요>가 그것이다.


 그림책의 내용을 잠깐 소개하자면 아기 부엉이가 나뭇가지에서 엄마 부엉이와 함께 꾸벅꾸벅 졸다가 아기 부엉이가 땅으로 떨어진다.



 그 아기 부엉이를 보고 걱정이 된 여우 아줌마가 나타나서는 엄마는 어떻게 생겼을까? 물으며 아기 부엉이의 엄마를 찾아주려고 한다.


 아기 부엉이는 덩치가 이만큼 커요, 귀가 쫑긋쫑긋해요, 눈이 부리부리해요 하며 엄마의 특징들을 얘기하고 여우 아줌마는 곰, 토끼, 개구리를 가리키며 엄마 저기 있네 한다. 그럴 때마다 아기 부엉이는 아니에요 한다. 끝에는 다행히 엄마 부엉이를 찾게 된다.


 하지만 아기 부엉이는 또 나뭇가지에서 꾸벅꾸벅 졸며 엄마를 잃어버릴 것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것으로 책은 끝난다.




 딸은 이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아기 부엉이가 마침내 엄마 부엉이를 찾는 그 부분에서 꺄아아아아 하며 웃는다.



 앞에서 여우 아줌마와 함께 엄마를 찾는 그 지난한 과정 끝에 마침내 엄마를 발견하는 그 순간의 기쁨과 반가움을 딸도 느끼는 것일까.


 혹은, 아기 부엉이를 발견한 엄마 부엉이가 자신을 안아주려고 하는 그 모습이 마치 딸을 안아주려고 다가가는 나의 모습과 흡사해 엄마를 본 듯한 느낌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남편과 내가 육퇴 후 대화를 한다거나, 내가 글을 쓴다고 다른 방에 있는 경우 밤 분리수면을 하던 딸이 깰 때마다 내가 옆에 없어 울면서 어두컴컴한 밤에 안방 문 앞까지 기어와 애타게 엄마를 찾다 내가 나타나 “엄마 여기 있어 코~ 자자” 하면서 옆에 누워 안아주고 등을 쓰다듬어 주며 재우는 상황이

 자다가 땅에 떨어져 깼는데 엄마가 사라진 아기 부엉이가 여차저차하며 결국 엄마를 다시 찾게 되는 그 상황과 같아 보여서일까.


 나중에 또 엄마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걸 모른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기 부엉이처럼 딸도 내 옆에서 새근새근 다시 잠들곤 한다.


 그럴 때마다 괜찮아. 엄마가 안 보여서 곁에 없는 것 같아도 항상 네 옆에 있어. 걱정 마. 사랑해.라고 마음속으로 딸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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