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보니 예뻐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 인생 통틀어 제일 말랐었던, 음.. 진짜 마른 분들에 비하면 마른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튼, 결혼할 때 체중이 제일 적게 나갔었습니다. 글은 솔직하게 쓰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키, 체중은 밝히고 싶지 않아 당시 bmi로 알려드리면 19.95가 나오네요(18.5 이하가 저체중). 쉽게 키에서 115를 빼면 제 몸무게였습니다.
10, 20대 때는 무조건 체중이 적게 나가고 싶었어요. TV에서 보던 멋있고 예쁜 아이돌, 배우, 모델들에 영향을 받아서인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예쁘다고 생각되는 여자 연예인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며 키는 얼만데 몸무게는 이렇게 적게 나가네 하며 우리도 오늘부터 다이어트 시작해 보자! 결의를 다지곤 했죠. 그 여자 연예인처럼 살을 빼 예뻐 보이고 싶은 욕구였습니다. 보통 여자 연예인들 프로필상 키에서 120 이상을 뺀 수치가 몸무게였습니다.
무조건 적게 먹어야 해, 유산소 운동을 엄청 많이 해야 해, 닭가슴살 샐러드만 먹어야 해, 빵, 과자는 먹으면 안 돼…등등 극단적인 방법들을 동원해 다이어트를 했었습니다. 제 친한 친구는 정말 새 모이만큼 먹고 끼니를 끝내더라고요. 거기에 학교 운동장 걷기를 거의 두 시간, 체중 감량 정체기가 왔을 땐 달리기로 바꿔서, 그것도 공복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이라는 말에 일찍 일어나 새벽에 하더라고요.
어느 날, 그 친구와 옷을 사러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친구가 마음에 드는 미니스커트가 있어 피팅룸에 들어갔습니다. 얼마 후, 잘 어울리는지 봐달라고 저를 부르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치마 밖으로 드러난 앙상한 다리와 조금 큰 치수의 옷을 피팅해 본 나머지 마른 배와 골반 위를 돌고 있는 치마를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제가 본 사람들 중 제일 마른 사람인 듯 느껴졌습니다.
“야, 니 너무 말랐다! “라고 말한 저는 아마 친구의 심하게 마른 몸에 아름다움보다는 안타까움을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직후 친구의 대답에 더 놀랐습니다.
“근데 아직 여기서 3kg만 더 뺐으면 좋겠다.” 고 말한 친구의 대답에요.
이 친구는 현재 당시의 몸무게를 유지하지 못하고, 요요가 찾아왔습니다.
이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저와 제일 친한 친구라 다이어트도 언제나 함께 했고, 현재 30대의 나이에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연락을 자주 하죠. 연락할 때마다 대화의 주제는 자주 다이어트, 운동, 식단이 되곤 합니다.
결혼식을 준비할 당시에도 다이어트가 친구와 저의 최대 화두이자 난제였습니다. 인생의 특별한 날에 남편을 포함한 가족들, 하객들 눈에 제일 아름답고 예쁘게 보이고 싶었습니다. 이전에 가봤던 친구나 직장 동료의 결혼식엔 하나같이 마른 신부들 뿐이었고요.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키가 큰 편이라 조금만 살이 쪄도 덩치가 커 보이는 것이 항상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러므로 살을 정말 빼야 했습니다. 남들의 눈에 아름답고 늘씬한 신부로 보이고 싶었으니까요.
평소에 느긋하게 하던 다이어트가 아니라 특별한 날, 결혼식을 위한 다이어트라 마치 배우들이 작품 들어가기 전 촬영을 위해 체중 감량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꼭 빼야 하는 살들로 느껴져 부담과 긴장을 느꼈고, 이는 식욕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하루하루가 조여 오는 것 같아 차라리 빨리 결혼식을 치렀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어요. 주위 동료, 선배 선생님들께서 그래도 인생에서 한 번뿐인 특별한 날인데 즐겨라고 위로해 주셨고 그렇게 제 인생의 최저 몸무게를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bmi로 치면 19.95가 된 것이죠.
마침내 결혼식 당일이 되었습니다. 신부대기실에 도착한 친한 친구들이 너무 예쁘다며 축하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친척들, 동료 교사 등등 많은 분들의 축하가 이어졌고, 드디어 버진 로드 입장을 대기하는 순간이 도래했습니다. 그간 해온 다이어트가 성공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아빠의 손을 잡고 입장했고 식순대로 결혼식을 잘 치렀습니다. 신혼집에 도착해서 그간 못 먹은 치킨, 과자 등 맛있는 것들을 과식했던 기억이 납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학교에 돌아갔을 때, 동료 선생님들이 너무 말랐더라며 얼굴이 홀쭉하던데 하셨습니다. 신혼여행 전후로 친구들, 친척 동생들이 보내 준 결혼식 사진을 보니 다이어트에 성공해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착각 속에 결혼식을 치렀구나라는 생각이 조금은 들었습니다. 얼굴 살이 너무 없어 얼굴뼈가 보였으니까요. 친구들한테도 물어보니 볼이 많이 홀쭉하긴 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약간은 예상했었습니다. 결혼식 전 살을 뺄수록 선명해지는 입가의 팔자주름 때문이었죠. 딜레마였습니다. 살을 뺄수록 예뻐져야 하는데 깊어지는 팔자주름 때문에 얼굴은 안 예뻐지는 것이요. 그리고, 식 당일은 드레스를 입고 화장실 가는 것이 여긴 불편한 일이 아니기에 물을 마시는 것도 참아야 했습니다. 오신 하객 분들께 인사드리기도 정신없어 사탕을 입에 물고 있을 겨를도 없고요. 그러니 가뜩이나 빠진 얼굴 살에 더 야위어져 가는거죠. 식후 동료 선생님들, 친구들의 이러한 반응에 약간은 아쉬웠지만 이미 지나간 것에 미련두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요즘 매거진 <지속 가능한 건강 루틴 탐구생활>을 쓰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살이 빠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집에 있을 땐 잘 몰랐는데 야외에 산책을 하러 갈 때면 카페나 식당의 큰 유리창에 비치는 제 모습이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군살들이 조금씩 빠지고 몸의 선들이 좀 더 부드러워지는 게 눈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마른 몸보다 적당한 살집에 탄탄한 근육이 받쳐주는 건강미 있는 몸이 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몸입니다. 사람마다 미의 기준과 목표하는 체중은 다 다르겠지요. 저는 더 이상 아름다움, 날씬함의 기준을 연예인, 친구나 SNS 상에서 체중은 이 정도여야 한다에 두지 않고 제 기준, 제 눈에 두기로 했습니다.
결혼식 때보다 체중은 더 나가지만 요즘 제 몸이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아직은 살을 좀 더 빼고 싶습니다. 굶거나 과한 운동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조금씩 계속 살이 빠지고 있으니 조금 더 지속하면서 저만의 라이프스타일로 굳혀 가보려고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제가 느끼기에 제일 아름답게 보이고 경쾌하게 일상생활을 하기에 적당한 몸무게를 찾아보려고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다이어터분들도 함께 파이팅입니다!
책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를 쓴 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bmi 23~27의 체중이 적당하며 23이하는 건강학적으로 봤을 때 불리하고 마른 체중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몇 kg이 되고 싶으신가요? 어쩌면 자신에게 무의식적으로 가해진 가혹한 기준일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신에게 집중해 보시길.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시길. 이미 아름다운 몸을 갖고 계실 수도 있습니다.
* 글 제목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