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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쿼트와 플랭크만 했는데

근육이 절실해진다.

by Writer Choenghee

육아 중이라 야외 운동이 참 마음만큼 쉽지가 않았다. 장마가 시작되느라 비 예보가 많은 김에 산책도 쉽지 않겠다 홈트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 홈트는 바로 매일 하루에 스쿼트 100개, 플랭크 2분이다. 요즘 집에서 할 수 있는 홈트를 다루는 유튜버들이 많다. 영상이 최소 30분이다. 하지만, 욕심내지 말고 스쿼트, 플랭크만 해보자, 지속 가능해야 하니까 작게 시작해 보자고 생각했다.


계획한 홈트를 처음 실시하고 다음날이 되었다. 거짓말 않고 근육통으로 육아를 할 수 없었다. 다행히 남편이 함께 있는 날이라 남편이 독박 육아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플랭크는 코어 운동으로 복근, 엉덩이 근육으로 몸을 지탱해야 하는데 코어가 약해진 탓인지 팔, 다리로도 몸을 지탱한 듯했다. 팔과 다리가 근육통으로 일상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움직일 때마다 앓는 소리를 했다. 스쿼트는 말할 필요도 없이 하체 근육이 많이 쓰이는 운동이라 허벅지 양 옆, 앞, 뒤 전체 그리고 엉덩이 근육까지 정말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극심한 근육통으로 매일 하겠다고 다짐했던 스쿼트와 플랭크를 이틀동안 하지 못했다. 홈트를 시작한 지 4일째 되던 날 극심한 근육통에 기분 좋은 근육통으로 바뀌었고, 다시 스쿼트 100개, 플랭크 2분을 실시했다. 온몸에 땀이 나고 안 쓰던 근육들이 총동원되어 각자 자기 일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껏 내가 해온 산책, 걷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길게는 2시간도 걸었었는데 고작 5분도 안 되는 운동으로 이 많은 땀과 열이 발생하는 게… 심지어 운동이 끝난 후에도 자극된 근육과 심장이 계속 일을 하는 듯 몸이 뜨거웠다. 고강도 운동의 효과와 해야 할 당위성이 절실히 느껴졌다.


다음 날이 되었다. 이제 매일 홈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약간은 몸이 단련된 듯했다. 근육통이 전처럼 심하지 않았으니까. 이 날 스쿼트 100개에 플랭크 2분 30초를 했다. 플랭크를 무려 30초나 더! 할 때 힘들긴 하지만 하고 나면 뿌듯함과 상쾌함이 느껴졌다. 정말 짧은 시간의 투자가 큰 보상을 주었다.


이 날부터 내 몸이 마치 김종국, 추성훈처럼 거만하게 걷는 듯한 형상이었다. 몸이 딱 곧게 펴지고, 복부, 허벅지에 힘이 생겨 걸을 때도 흐느적흐느적 걷지 않았다. 전에는 코어에 힘이 없어 어깨부터 복부까지 구부정한 자세에 다리에는 힘이 없었다. 김종국, 추성훈이 거만하게 걸었던 게 아니었다. 몸의 근육들이 그들의 몸을 지탱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홈트를 크게 믿지 않았다. 있어봤자 미비하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유산소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려야 운동이라 생각했고, 효과가 크다고 생각했다. 근력 운동도 헬스장에 가서 머신을 사용해야 그게 제대로 된 근력 운동이지 하며 홈트를 사실 무시했었다.


이런 나의 생각을 제대로 깨 준 책이 있었는데 소설 <나의 친구, 스미스>이다. 이런 부분이 나온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크게 프리 계열과 머신 계열로 나뉜다. 전자는 덤벨 내지 바벨을 사용하고, 후자는 부위별로 특화된 전용 머신을 사용한다. 머신 중에서 유명한 것으로는 숄더프레스, 레그컬, 어브도미널(복근) 등이 있다.

정의상의 차이는 그게 전부지만, 별개로 양자 간에는 미묘한 상하관계가 존재한다. 이상하게 프리 계열에 열중하는 쪽이 '한수 위다' '본격적이다' '멋지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닌 게 아니라 온전히 자기 힘으로 궤도와 밸런스를 확보하는 프리 계열이 좀 더 상급자용이라는 인식이 있고, 그에 따른 부상 비슷하게 속근육도 잘 단련된다고 여겨진다. 머신 계열은 프리 계열만큼의 자주성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아무래도 기구 여기저기로 부하가 분산되기 때문에 목표로 하는 근육에 힘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도 한다. “


아닌 게 아니라 고작 스쿼트 100개, 플랭크 2분을 매일 하지도 않았는데 그동안 부드럽고 평화로웠던 나의 근육에 제대로 된 자극을 안겨준 걸 보면 머신 없이 진행하는 프리 웨이트 트레이닝의 효과는 실로 크다.


소설 <나의 친구, 스미스>에서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는 부분도 있었다.

보디빌딩, 즉 근육은 연공서열이다. 다시 말해 정석대로 꾸준히 하는 사람이 보답을 받는다. 오랫동안 신체에 붙어 있는 근육에는 일시적으로 생긴 근육에선 찾아볼 수 없는 성숙미가 있다. 와인이나 치즈, 장아찌와 같은 원리다. 세상 사람들은 젊음에 파격적인 가치를 부여하지만, 보디빌딩에서 말하는 '몸만들기'가 연단위 사업인 이상, 이 세계에서는 반드시 '젊음=강함'이라고 할 수 없다. 신체 그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경험치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강한 대회다.

어덕션, 그 종목명을 들으니 매실장아찌를 보고 절로 침이 고이듯 안쪽 허벅지가 움찔했다. 근육통이 너무 심해 다음날 아침 출근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용수철이 튕기듯 벌떡 일어섰다. “


보디빌딩을 할 것도 아니고, 바디프로필을 찍을 것도 아니지만, 이제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몸의 근육은 국민연금을 불리듯 조금이라도 어릴 때부터 조금씩 단련하여 쌓아 가는 게 제일 이득일 것이다.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늙어서 몸이 아프면 돈 많고 시간 많아도 다 소용없다. 나에게 주어진 평생의 시간을 제대로 즐기려면 우선 몸이 건강해야 한다. 나이 들수록 근육이 더 필수적인데 다이어트를 하면 어릴 때보다 근육이 빠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근력 운동의 필요성을 30대 중반에 절감한다. 너무 늦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다.


“우리의 현재는 과거부터 오늘까지 이어진 습관들의 결과이다. 습관의 힘을 빌려 잘만 다루면 미래의 긍정적인 변화도 얼마든지 일궈낼 수 있다. “ (스티븐 기즈의 <습관의 재발견: 다이어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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