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러 갔더니
지난 일요일 딸의 돌잔치를 치르고 연이은 가족들과의 식사, 행사비 잔금 처리, 날씨 등의 핑계 같은 이유로 3일 동안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연속 3일 동안 운동을 하지 못해서인지 오늘도 그저 쉬고 싶었다. 게으름 뒤로 숨고 싶었다. 남편이 5시쯤 귀가해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수다를 조금 나눈 후 오늘을 흘려보내고 싶었다. 더구나 저녁 7시 비 예보가 있어 운동을 안 가도 좋을 이유가 충분했다. 하지만, 더 이상 쉬면 쉴수록 운동이 더 하기 싫어질 것 같아 우선 자전거를 끌고 나가 곧바로 돌아와도 좋으니 나가자고 결심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자전거 페달을 밟고 출발과 동시에 나는 알았다. 비가 쏟아지지 않는 이상 내가 오늘 계획한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는 걸. 며칠 전 입추를 해서인지 확실히 전보다 덜 더워졌다. 자전거를 타자마자 느껴지는 전보다 선선한 바람에 페달에 가해지는 다리의 힘이 더욱 세졌다. 페달을 더 힘차게 밟을수록 기분 좋은 바람이 나에게 쏟아지는 듯했다.
남편이 집에서 혼자서 딸을 육아할 경우 딸이 엄마를 찾느라 울면서 보채는 정도가 심해진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러 나갈 때면 남편은 딸을 데리고 근처 도서관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집에서 같은 시간에 다시 만나는 루틴이 최근 만들어졌다. 오늘 남편과 딸보다 조금 늦게 자전거를 타러 가는 바람에 좀 더 빠르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야 했다. 자전거 기어 변속도 하고 페달도 더 열심히 밟아 만나는 모든 오르막도 내리지 않고 내 하체의 힘으로 온전히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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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수성못. 해질녘 수성못은 처음 보았다. 마치 이쪽, 저쪽의 의견을 조금씩 수용한 또 다른 중립의 의견은 절대 수긍하지 않겠다는 흑백의 강한 대립처럼 수성못을 많이 가봤지만 밝은 날의 수성못과 깜깜한 밤의 수성못만이었다. 그 사이를 보여주는 수성못은 오늘 처음 눈으로 본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잠시 내려 노을 진 수성못을 담았다.
그렇게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거위 소리가 들렸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진짜 거위들이 눈앞에! 거위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운동하기 싫었던 나에게 보상이라도 주려는 양 거위 가족들이 마중 나온 듯했다. 처음으로 수성못이 노을을 품은 모습을 나에게 보여준 것처럼.
뿌듯했다. 운동하기 싫은 날, 그저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것에 의의를 뒀었지만 결국 목적지로 정해둔 수성못까지 당도했다는 것. 예상치 못한 노을 진 수성못의 경치를 눈에 담을 수 있었던 것. 눈앞에 떡하니 거위들까지. 오늘 운동을 나오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시간의 바람들까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모든 것을 충만하게 얻고 집으로 향하는 길 위를 페달을 밟아 다시 올랐다.
일기 예보가 맞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내 눈, 이마 위로 떨어졌다. 당시 기분으로는 비를 내릴 시커먼 구름보다 내가 빨리 달려 비를 피하겠다는 의지였지만 집으로 가는 길 위에 이미 먹구름이 넓게 퍼져있었다. 그렇다고 마음 놓고 여유 있게 갈 수도 없었다. 곧 비를 뿌릴 수도 있으니까. 기어 변속을 해 내 자전거로 만들 수 있는 최대 6단으로 조정한 뒤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그 결과, 내가 지금껏 실외 바이킹 기록 중 최단시간으로 가장 높은 평균 심박수에 가장 높은 평균 속도로 같은 루트를 완주했다. 다행히 비는 쏟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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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기 싫은 날에는 운동을 하지 말자. 그저 문밖으로 나오자. 오늘 문밖으로 나왔더니 기대하지 않았는데 얻은 것들이 참 많다. 나오자마자 다시 들어갈 수 있을지라도. 생각해 보면 그 또한 얻는 게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