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재미있게, 감성적으로, 건강하게
내 다리가 곧 엔진이 된다. 내가 페달을 굴리는 만큼만 자전거는 앞을 향해 나아간다. 자전거를 앞으로 나가게 만들 때 느껴지는 몸의 근육들, 힘이 드는데도 페달을 밟겠다는 의지, 바짝바짝 말라가는 입 안 등 이 모든 것들이 나로 인해 발생되는 것이며 내가 자처하는 것이다.
전기 자전거는 전기의 도움으로 쉽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한다. 즉, 오르막길도 큰 힘듦 없이 내 근육도 필요 없이 올라갈 수 있다. 뭔가 찝찝하다. 운동이 되지 않을 것만 같다. 세상일이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운동할 때만큼은 나 혼자만의 의지와 근력, 체력으로 에너지를 소비하여 앞으로 나가고 싶다.
블리라는 작가는 이런 나의 마음을 ‘자전거의 정직함의 미덕’으로 아래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이 자전거는 내가 움직이는 만큼, 딱 그만큼만 움직이는 정직함의 미덕-내리막길은 예외인데, 이건 오르막길을 견뎌 낸 보너스라고 해 두자-을 지니는데, 이때 사용하는 연료는 오로지 나의 체력뿐이다.
내 몸의 아주 섬세한 운동 에너지를 따라 움직이는 이 아름다운 탈것은 내 시선을 자연으로 이끄는 마력을 발휘하는데, 두 발이 페달을 굴리는 동안 바라보게 되는 사계는 더욱 특별하고 고귀하게만 느껴진다. (중략)
이렇듯 브롬톤과 함께할수록 나의 엔진은 더 튼튼해지고, 지구의 건강에도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바른 이가 된다.
-책 <시작은 브롬톤> p.251-253 중에서 / 블리
자전거는 걷기, 달리기와 비교했을 때 같은 시간 운동량 당 칼로리 소모가 가장 크다. 물론, 산책 겸 장시간 걷기를 즐긴다면, 인터벌 없이 낮은 속도로 조깅하는 것을 즐긴다면 그 운동이 그 사람에게 가장 좋은 운동일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이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운동을 하고 싶다면, 적당한 시간을 투자해 큰 효과를 내고 싶다면 고강도 운동이 필요하며, 시속 16km 이상의 자전거 타기는 고강도 운동에 해당한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전문의는 자신의 책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에서 운동의 필요성과 고강도 운동의 효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운동은 많이, 자주, 열심히 해야 한다. 최소한 일주일에 중강도 기준으로 2시간 30분 정도는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5시간 이상 운동을 하면 더 좋다. 중강도란 땀이 나고 숨이 약간 찬 정도를 의미하는데, 요즘 유행하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처럼 고강도 운동을 수행하면 중강도 운동을 하는 데 쓰는 절반의 시간만으로도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중강도 운동에는 느린 수영, 빠른 걷기, 복식 테니스, 땀 흘리는 요가 등이 있고, 고강도 운동에는 달리기, 빠른 수영, 단식 테니스, 시속 16킬로미터 이상의 자전거 타기, 줄넘기, HIIT 등이 있다. 통상적인 지침에 따르면 적어도 주 3회는 건강증진을 위해 운동해야 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 이상 몸의 모든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책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p104 중에서 / 정희원
최근 이틀간 평균 시속 14km로 약 1시간 20분 동안 자전거를 탔었다. 자전거 속도가 빨라질수록 위험성과 직결되어 안전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속도를 조절하며 타는 편이다. 동시에 나는 자전거 초보자이다. 어릴 때 잠깐 두 발 자전거를 탄 이후로 성인이 되어 최근 시작한 운동이다. 초보자가 평균 시속 14km로 자전거를 탔다는 것은 고강도 운동인 16km 이상의 자전거 타기는 잦은 연습으로 숙달만 된다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자전거는 걷기, 달리기와 비교해 관절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하중이 덜하다. 출산 후, 러닝을 해보겠다고 조금 뛰었더니, 근력운동을 하겠다고 스쿼트 좀 했더니 무릎 뒤쪽의 통증이 심해 관절에 무리가 오는 것을 직접 느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자전거 타기였고 최근 이틀간 라이딩 후 무릎에 오는 통증은 없었다.
이 모든 자전거의 운동 효과와 함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경치와 사람들을 구경하고 놀이기구 타는 듯한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운동이 자전거 타기이다. 가끔, 오르막을 오를 때는 너무 힘이 들고 고통스럽지만 그것마저 견뎌내고 마침내 오르막을 다 올라냈을 때는 그 성취감과 근육통으로 느껴지는 근력의 성장은 큰 희열로 다가온다.
접이식 미니벨로에서 우선 ‘접이식’이란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자전거의 프레임을 접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미니벨로’란 작은 바퀴라는 말로 구체적으로 20인치 이하의 작은 바퀴를 일컫는다. 아래 사진에서도 바퀴가 거리에서 많이 보이는 일반 자전거들보다 훨씬 작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접이식 미니벨로를 몰랐다면 자전거를 살 생각 자체를 안 했을 것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물건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다. 나 또한 공간이 비어 있고 깔끔한 상태를 좋아하는 편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깔끔하고 심플하면 나의 사고와 라이프스타일도 좀 더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조성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접이식 미니벨로는 자전거임에도 불구하고 미니멀리즘을 실천할 수 있게 해 준다.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접이식 미니벨로는 영국 브랜드인 브롬톤의 바버에디션이다. 용이하게 접고 펼 수 있고 접었을 때의 부피가 너무나 컴팩트해서 집 안에 보관한다. 또한 그 컴팩트함 때문에 어디든 갈 수 있다. 왜냐하면 접어서 지하철, 버스, 기차 등 대중교통으로 점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필요한 짐을 자전거에 실어 캠핑을 가기도 한다.
나의 목표 중 하나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기이다. 따로 운동할 시간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장점은 실로 크다. (브롬톤의 단 하나의 단점은 비싸다는 것이다. 자전거 한 대에 200~500만 원이고 나만의 취향으로 감성적으로 커스터마이징을 하는데 드는 부속품 비용이 또 어마어마하다. 건강에 초점을 맞춰 쓰는 글이라 감성 있게 자신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브롬톤 커스터마이징 관련 내용은 소개만 하고 자세히 쓰지 않았다.)
이처럼 접이식 미니벨로는 그 간편함과 단순함, 컴팩트한 특징으로 항상 가까이할 수 있는 자전거이다. 결과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어디로든 가는 일상화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운동을 포함하여 장을 보러 간다든가,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간다든가,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음식을 받으러 간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남편은 이미 브롬톤을 배달톤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운동 효과가 차곡차곡 몸에 쌓일 것이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께서 무릎 통증 때문에 힘들어하신다. 두 분 다 자주는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정형외과를 다니실 정도이다. 계단을 내려가실 때에는 뒤로 내려가셔야 하고 외식을 할 때면 우리는 항상 바닥이 아닌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룸을 예약한다. 두 분이 통증으로 당신들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앓는 소리를 내실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건강을 되찾아드리고 싶다.
연세 드신 분들이 갑자기 자전거를 타실 수는 없다. 이전에 자전거를 타신 경험이 다수라 익숙한 분들이면 몰라도. 처음 배우는 과정에서 부상 등의 위험이 더 클 수 있다.
두 어머니들께 신도 아닌 내가 지나온 세월을 다시 되돌려 건강을 되찾아드릴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누구보다 두 분의 건강을 바라는 딸로서 무릎 관절에, 아니 건강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자전거 타기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브롬톤 공식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