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매력에 다시 빠졌다.
출산 전에는 운동을 워낙 좋아했다. 노래 들으며 산책하거나 무념무상으로 걷는 걸 좋아해 거의 매일 평균 15,000보는 넘었고, 러너스 하이도 곧잘 느끼는 편이라 걷다가 뛰기도 하고 뛰면서 걷기를 반복했다. 등산도 좋아한다. 근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프리웨이트 운동을 피트니스를 다니며 임신하기 전까지 열심히 했었다.
이번주 주말이면 딸의 돌잔치가 있으니 출산 후 1년이 다 되어간다. 운동을 좋아했던 나는 이제 내가 평소에 즐기던 운동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딸이 엄마를 너무 찾아 한창 운동할 때처럼 많은 시간을 운동에 투자할 수 없지만 슬슬 근력운동을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에 스쿼트와 플랭크로 가볍게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아직까지 관절이 덜 회복된 건지 스쿼트를 과도하게 하지 않았음에도 무릎 뒷부분이 아팠다. 아직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 비교적 관절에 무리가 덜 한 자전거를 다시 탔다.
8/7(월)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한 날이다. 낮에는 너무 더워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아 저녁 7시쯤 자전거를 들고 나왔다. 태풍이 북상 중이라 그런지 바람이 많이 불어 자전거 타기 딱 좋은 날이었다.
자전거에 몸을 싣고 페달을 밟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이 기분.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 내가 발로 페달을 밟을 때마다 자전거가 쭉쭉 뻗어나가는 그 느낌. 무더운 여름에 땀이 나지만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그 맛에 더 페달을 열심히 밟는다. 왜 그동안 자전거를 안 탔을까.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 탄식이 나올 정도였다.
코스는 신천대로를 타고 수성못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집으로 도착하는 것이었다. 노을이 져 주황색 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나무들, 시원하게 흐르는 신천, 그리고 러닝, 걷기, 나처럼 자전거를 타며 각자 자신의 운동에 심취한 사람들을 구경하며 오랜만에 자전거 라이딩을 즐겼다. 사진으로 그 순간들을 담고 싶었지만 자전거에서 잠시도 내리고 싶지 않았다. 지금 현재 자전거 위에서 느끼는 모든 것들을 잠시도 쉬고 싶지 않았다.
가끔 아주 낮은 경사도의 오르막임에도 불구하고 허벅지가 터질 것처럼 힘들었지만 쉬지 않고 페달을 굴렸다. 그럴수록 내 허벅지를 포함한 하체의 근력이 생길 것이다. 근력운동은 힘들수록 고통스럽지만 그래서 견딜 때마다 희열이 있고 재미가 있다.
보통 자전거를 탄다고 하면 하체만 단련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전거는 전신운동이다. 핸들을 컨트롤하기 위해 팔에 계속 힘이 들어가고, 자전거 위에서의 자세를 바로 유지하기 위해 배에 힘이 들어간다. 다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나면 다리만 아픈 것이 아니라 팔과 배, 등, 허리까지 다 쑤셔오는 것이다. 이처럼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느낀 전신의 근육통들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첫날, 약 15km의 거리를 약 1시간 20분 동안 자전거를 탔고 평균 심박수는 140 bpm이었다. 러닝, 조깅을 할 때 이만큼의 심박수가 나오기란 쉽지 않다.
바로 다음 날, 8/8(화) 오늘이다. 어제의 그 기분을 잊을 수 없어 남편에게 아침부터 계속해서 예고했다. 오늘 저녁에도 자전거를 타러 나갈 거라고. 오늘의 목적지도 수성못. 어제와 같은 루트이다.
남편이 같은 경로라면 시간을 좀 더 단축해 보라는 권고에 안전을 중요시하는 나는 욕심부리지 않았다. 어제의 라이딩으로 근육통이 몸 여기저기에서 느껴졌지만 오늘의 라이딩으로 그 근육통을 달래 보자는 심산이었다. 힘들면 주위 경치를 구경하며 천천히 달렸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불타오르면 페달을 열심히 밟았다. 그래서 결국은 어제보다 2분 더 일찍 집에 도착하는 결과가 나왔다. 여유를 가지니 시간이 더 단축되는 아이러니.
등산도, 자전거 타기도 목적지를 향할 때의 느낌과 목적지를 도착한 후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갈 때의 기분이 많이 다르다. 돌아올 때의 길이 갈 때보다 훨씬 더 짧게 느껴지고, 목적지에 도착해 후련해서인지 몸이 더 가볍다.
이번 자전거 라이딩을 하면서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더 신이 났고 바람도 더 시원했고 다리 근력도 피로감에 쌓여있을 텐데 역설적으로 더 힘차게 쓸 수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돌아가면 사랑하는 남편과 딸이 있었다. 어둑한 밤이 되어서인지 더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아닌가. 오늘의 운동을 마칠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나. 나는 전자라고 믿고 싶다.
남편도 운동을 좋아한다. 나중에 자전거로 국내 여행을 해보자고 여러 번 얘기를 했었다. 지금 사랑스러운 딸의 돌을 앞두고 있다. 딸이 초등학생이 되면 자전거 여행이 가능하려나. 그날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