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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May 19. 2023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딸과 함께 하고 싶어 졌다.

 나의 엄마표영어는 딸과 영어로 놀기

 잠시 교사로서의 시간을 멈추고 올해부터는 육아휴직을 시작하며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엄마가 처음인지라 갑자기 주어진 많은 시간을 딸과 무얼 하며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현재 아이는 7개월이라(초고 쓸 시점, 퇴고하는 지금 9개월 갓 넘었다.) 주위에서 그때는 큰 부담 없이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기라고, 잘 먹이고 잘 재우면 된다며 걱정하지 말라며 달래주셨지만 혼자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괜스레 외로워 보여 뭐라도 해주어야 할 것 같고, 함께 눈 마주치고 웃어주기도 하며, 또 나의 말을 아이가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소통해야 할 것 같은…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영어를 딸에게 소개해주기로 했다.




 어릴 적 기억을 어렴풋이라도 떠올려보자면 6~7살 때 영어를 처음 접한 것 같다. 다니던 유치원에서 알파벳부터 먼저 배우고 천천히 써보기도 하며 apple이라는 단어부터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나선 국가교육과정에 따라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고 부모님께서 그 무렵부터 영어 학원에 보내주셨다. 원어민 강사가 영어를 가르치는 곳이었는데 한 강의실에 10명 미만의 학생들이 수업을 들었던 것 같다. 아직도 생각나는 게 그 원어민 강사는 남자분이었는데 카우보이처럼 머리와 수염이 길었고 청바지에 부츠를 신고 있었던 모습. 어려서인지 한국인과 다른 이색적인 모습이 꺼려지고 거부감이 들기보다 신기하고 오히려 호기심이 일었던 기억. 또 외국인이 던진 질문에 내가 대답을 하고 그걸 그분이 알아듣던 순간들. 외국인과 소통하고 있는 자체가 영어를 한다는 자신감, 영어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다. 훗날 딸도 영어 자체를 그저 재미있게 느끼고 영어로 외국인과 소통하는 그 순간의 기쁨을 온전히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렇게 영어가 재미있고 너무 좋았던 나는 마침내 영어 교사가 되었고 수업시간에는 학생들과 영어로 놀아주며 영어를 친근하고 쉽게 받아들이도록 노력했다. 외워야 할 영어 단어, 표현, 문법을 제시하기보다 먼저 학생들이 오늘 배워야 할 영어를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미있는 그림, 글, 영상을 소개한 후 게임하듯 그 영어를 반복시켰던 수업.


 아직 짧지만 지금까지의 교직생활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배운 점은 내가 영어를 좋아하는 그 마음을 학생들이 느낀다는 것. 또 그것으로 인해 학생들이 영어를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바라보며 효율적으로 습득하는데 실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영어를 싫어했던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영어가 쉽게 느껴졌고 재미있어졌다고 스승의 날, 연말 등등 정성스레 쓴 편지, 문자로 마음을 전달해 주었을 때 느낀 교사로서의 보람은 컸다. 안타깝게도 영어가 여전히 어렵고 지루해서 수업시간에 졸던 학생들도 있긴 하지만…




 우선 딸에게 영어 노래를 조금씩 들려주기도 하고 그림책 속 단어도 들려주며 즐겁게 영어를 노출시켜 주며 짧은 시간 놀아주었다. 아직 종이를 만지고 꾸기며 촉각에 집중하는 딸이지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딸이 책 속 아기들 사진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영어보다 또래 아기들 또는 언니, 오빠들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책 속 아기들 얼굴을 쓰다듬는 모습이 미소 짓게 한다. 히히.



 하지만 책을 들려주는 음원 CD를 틀어준 경우 확실히 새로 듣는 언어와 소리 자체에 반응하고 집중해서 듣는 것 같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각에 민감한 아기들에게 어려서부터(0~3세) 외국어를 일찍 노출시키는 것이 좋다고 한다. 모국어와 외국어의 음소, 즉 소리 구별에 익숙해지고 다른 소리, 발음을 아주 어려서부터 알아들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즉, 영어라는 외국어에 어릴 때부터 친숙해지는 것이다.




 요즘 '엄마표 영어'는 집에서 엄마들이 해야 하는 기본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많은 육아서로, 또 SNS 상으로 엄마표 영어를 하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영어를 못하는 엄마들에게는 이런 현실이 조금함을 불러일으키고 부담으로 느껴질 것 같다. 엄마가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은데 거기에 영어교육이라는 어마어마한 미션 하나가 더 얹히는 것이다. 한편,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영어 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의 경우에는 ’엄마표 영어를 쉽게 할 수 있어서 좋겠다, 아기 때부터 계획적으로, 체계적으로 시킬 것 같다' 는 타인들의 시선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보다 내 딸이다. 그리고 영어를 좋아하는 마음이다. 조급함, 부담감 등의 불편한 감정으로 내 딸보다 영어를 가르치는 것에 더 열을 올리면 그 자체가 영어가 딸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또, 영어교사임에도 나의 경우 유치원을 다닐 6~7세경에 영어를 처음 접했으니 누구보다 빨리 영어를 배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어를 좋아했던 그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마음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레 영어를 많이 듣고, 읽고, 말하고, 쓰게 했다. 중학교 때 해리포터 원서를 영영사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읽었고, 해외 친구들과 메일로, 손 편지로 펜팔까지 했었으니까.      




 그저 장난감 갖고 놀듯, 엄마, 아빠와 장난치며 놀듯, 노래 부르며 춤을 추며 놀듯, 영어도 놀듯이 예쁘고 재미있는 그림책도 보고 노래도 듣고 부르며 딸과 즐기고 싶다. 그래서 나중에 딸도 영어 자체를 그저 재미있게 느끼고 좋아하면 좋겠다. 이게 어떻게 보면 가장 이루기 어려운, 궁극적인 엄마표 영어의 목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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