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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Jul 20. 2023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나 보다.

내 몸과 마음이

 백화점에서 ‘미스터 두낫띵’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는 광고 이미지를 보고 관심이 생겨 딸의 문화센터 수업을 마친 후 남편과 함께 들렀다.


 보자마자 캐릭터의 귀여움과 푸근함, 브랜드 이름에 홀린 듯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다 보겠다는 듯 아이템 구경에 심취했다. 휴대폰 케이스, 티셔츠, 포스터, 컵, 트레이 등등 다양한 아이템들에 미스터 두낫띵의 이미지들이 그려져 있었고, 종류별로 다 사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집에서 혼자 이런 저런 소소한 것들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미스터 두낫띵.


 나는 스스로에 대해 캐릭터, 굿즈,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지금까지 알고 있었다. 그 흔한 카카오톡 굿즈들도 사지 않았고,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기본으로 주어진 것만 사용하지 직접 다른 이모티콘을 구매해서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주위 친구를 포함해 직장 동료분들 중 굿즈들로 데스크를 채우는 분들이 종종 계셨다. 그렇지 않은 나로서는 당시 그런 분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오늘 꼭 뭐라도 사야겠어!”라는 다짐으로 굿즈들을 눈독 들인 것이다. ‘휴대폰 케이스도 낡아가는데 하나 살까. 키링 너무 귀엽다. 사고 싶어. 티셔츠도 사고 싶다. 포스터랑 스티커는 무조건 사야지. 포스터는 집에 적당한 곳에 두어야겠어. 보면서 흐뭇해해야지.’


폰케이스는 내 휴대폰 사이즈에 맞는 게 없어 아쉬웠다. 포스터와 스티커만 구매했다. 내 돈으로 캐릭터 굿즈 사기는 처음이다.


 궁금했다. 왜 이토록 처음 보는 캐릭터와 그림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홀렸는지. 그래서 이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알고 싶어 공식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 보았다. 어바웃 페이지에 들어가니 아래와 같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구나. 그동안 육아에 내 몸과 마음을 부단히 썼나 보다. 아주 잠시만이라도 오롯이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정말 짧더라도 내가 바라는 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캐릭터를 보고 있자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치 내가 그림이 표현하는 그 공간, 그 시간을 누리는 것 같은 느낌에 그토록 내 마음을 쏙 빼앗겼구나… 그림을 보며 쉬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예쁜 딸을 키우면서 느낀 행복감, 부모로서 느끼는 뿌듯함, 남편을 똑 닮은 귀여운 눈으로 애교를 부릴 때마다 느끼는 사랑스러움으로 육아로부터 오는 체력적, 정신적 고단함과 에너지의 고갈 상태를 가리고 모른 척해왔다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캐릭터들 앞에서 덜컥 들켜버린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오거나 마음에 드는 그림을 발견했을 땐 자신의 마음속을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의 상태를 그림이 알려주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생각보다 어른들이 백화점 곳곳에 설치된 커다란 미스터 두낫띵 조형물과 함께 사진을 많이 찍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잠시의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 나만은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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