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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Sep 15. 2023

엄마가 쥐가 되었더니 딸이 환히 웃는다.

5. <Run, Mouse, Run!>

 지금까지 차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이동할 때 딸이 평소 듣는 그림책 노래들이나 동요, 마더구스를 들려준 적은 몇 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남편이 '죠지'의 곡들을 너무 좋아하는 편이라 죠지 곡을 자주 틀어놓고 마치 자신이 죠지가 된 듯 한껏 심취해 노래를 부르곤 했다. 차 안에서만큼은 남편이 줄곧 1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이 운전자라 잠도 깰 겸 남편을 우선적으로 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번엔 남편과 구미 삼일문고를 나들이 겸 들르기 위해 차에 몸을 실었다. 딸은 카시트를 너무 타기 싫어한다. 안전을 생각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딸을 억지로 카시트에 태운 적도, 위험하지만 내가 아기띠로 딸을 안고서 탑승한 적도 있다. 오늘은 카시트에 좀 앉아있다 삼일문고에 도착할 때쯤 칭얼거리는 딸을 내 옆자리로 옮겼다. 그리고 집에서 챙겨 온 그림책이 생각나 딸에게 잠시 읽어주려고 꺼냈다. 저번에 읽어준 빼뜨르 호라체크의 책 <This Little Cat>과 함께. 이번에 딸에게 읽어줄 책 <Run, Mouse, Run>에 <This Little Cat>에 나온 고양이와 무척 닮은 고양이가 등장한다. 쥐를 잡아먹으려고.    



 <Run, Mouse, Run>은 쥐가 고양이에게 잡혀먹지 않기 위해 도망 다니는 상황을 그린 책이다. ‘over the chair(의자 위로)’, ‘across the table(테이블을 가로질러)’, ‘up the cup(컵 위로)’ 등등의 부사구들을 볼 수 있다. 부사구에 딱 맞는 삽화가 인상적이다. 만 1살인 딸에게 그저 그림책을 보여주며 읽어주면 그 의미를 바로 캐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차에서 책 읽어주는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잠시나마 그림에 집중하는 딸에게 고마웠다.






 저자 고광윤은 이러한 그림책을 구성하고 있는 삽화의 중요성을 ‘보고 듣기’로 강조하고 있다. 그가 쓴 책 <영어책 읽기의 힘>에서 단지 듣기만을 해서는 안되고 ‘보고 듣기’를 해야 한다고 한다.

아이가 머릿속에 차고 넘칠 만큼 충분히 영어를 보고 들으면 우선 영어의 소리를 구분하여 듣는 능력이 생깁니다. 영어에 노출되고 입력을 축적해 구어 영어 능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은 단순한 듣기보다는 (영상이나 책 속의 삽화를 눈으로 보면서 듣는) 보고 듣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세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영어를 전혀 모르는 아이의 경우) 단지 듣기만 하면 내용 파악이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영상이나 그림을 함께 보면서 들으면 영어 표현과 이야기를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빨리 달려 쥐야, 의자 위로, 테이블을 가로 질러 건너,
컵 위로, 신발을 통과하고 빨리 구멍 안으로!



 제시된 영어 표현들이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어휘에 짧아 삽화를 더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쉬웠을지도 모르나 삽화만으로 영어를 이해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은 이 책을 본 분들도 쉽게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딸에게 이 책을 읽어줄 때 굳이 우리말을 쓸 필요가 없었다. 영어를 읽어줄 때 삽화 속 쥐를 손으로 따라가거나 집에 있는 실제 의자, 컵, 식탁을 활용해 쥐의 행동을 따라 해서 딸이 더 이해하기 쉽도록 도왔을 뿐. 결국 딸은 삽화와 실제 사물, 그리고 엄마를 ‘보고 들었다’.



 집에 돌아와 제대로 책을 읽어주기 위해 딸과 책을 펴고 앉았다. 책을 찍은 위 사진 중 첫 번째 사진에서 “Quick, mouse, run!”할 때는 두 팔을 달릴 때처럼 흔들면서 몇 번이고 똑같이 “Quick, mouse, run!”하고 딸에게 읽어줬다. 좀 더 생동감 있게 읽어주기 위해서. “Over the chair”을 읽어줄 땐 쥐의 이동경로를 손으로 그려가며 읽어주기도 하고, 집에 있는 의자를 옆에 두고 내가 의자를 쥐처럼 밑에서 위로 타올라가듯이 행동을 취하면서 “Over the chair”하기도 했다. ”across the table”, “up the cup”, “through the shoe and quickly into the hole!”도 같은 방법으로 손으로 쥐의 경로를 그려주거나 실제 집에 있는 물건을 활용해 내가 행동을 취하면서 읽어주었다. 좀 더 오버해서 극적으로 읽어주거나 책 속 상황을 내가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책 속 글귀를 읽어주었을 때 딸의 반응이 더 좋았다. 딸이 자고 있는 지금, 눈동자가 사라질 것처럼 반달 웃음을 짓던 딸이 아직도 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1살 딸이 나에게 알려주는 답: 차를 타고 이동할 땐 그림책을 꼭 챙기자. 잠시라도 그림에 집중하는 딸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림책으로 카시트에서 울지 않는 딸을 만들어봐야겠다. 그리고 영어그림책을 읽어줄 땐 건조하고 덤덤하게 보다 연극하듯이 조금은 오버하자. 그럴수록 딸의 미소가 점점 더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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