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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Sep 13. 2023

딸이 입을 벌리고 호랑이를 잡아먹으려고

4. <This Little Cat>

 



 이전에 딸에게 읽어주었던 빼뜨르 호라체크의 책 <Hello, Little Bird>. 도서관에 들렀다 집으로 가는 길에 비둘기 무리가 딸 앞을 서둘러 지나갔다. 딸은 그런 비둘기에게 의사소통을 위해 현재 스스로 낼 수 있는 소리를 내며 손을 흔들고 검지로 가리키며 인사를 한다. 나는 옆에서 책에 나왔던 표현 “flapping over the field(들판 위를 퍼드득거리며 날고 있지)“를 말해주었다. 마침 비둘기가 날아가기에. 책과 현실에서의 배움을 이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책 속에만 빠져있지 말자고 또 한 번 다짐한다.



 <Hello, Little Bird>가 선명한 색채의 그림에 영어 표현이나 문장들도 그리 길지 않고 딸에게 읽혀주기 적당한 것 같아 며칠 전에 영어도서관을 들러 동일한 작가의 책을 몇 권 더 대여했었다. 이번에는 그중 빼뜨르 호라체크의 책 <This Little Cat>을 딸에게 읽어주었다. 이 책은 다양한 색깔의 고양이들과 각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한 문장씩 표현되어 있다. 그러므로, 색깔 관련 영어 어휘와 반복되어 나타나는 ‘A likes ~ing’ 문장을 익히기 좋다.






 처음엔 무조건 노래로 시작. 책 음원 CD를 재생시켰다. 이번엔 딸이 큰 반응이 없다. 그전만큼 춤을 춘다거나 리듬을 타는 모습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영유아기 아기들에게 노래가 중요하다. 이맘때 아기들에겐 글보다 소리가 먼저이고, 노래가 좋아야 함께 흘러나오는 영어 소리들이 딸에게 의미 있게 들리고 인지될 것이다.



 책을 딸에게 읽어주며 노래에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인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다른 책들에 비해 한 문장, 한 문장이 길었다. 그래서인지 노래도 길게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이다. 결국 딸에게 노래와 함께 직접 책을 읽어줄 때에도 딸이 책에 시선을 두는 시간이 다른 책에 비해 줄어든 것이 보였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계속 딸에게 읽어주기로 했다. 대신 다른 방법으로. 아래와 같이.






 책 <영어책 읽기의 힘>의 저자인 고광윤은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학사, 석사를 마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은 현재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무엇보다 네 명의 자녀를 키운 아빠로 아이들과 신나고 즐겁게 놀면서 영어책 읽기를 몸소 실천하며 그 효과를 입증한 증인이다. 그가 낸 저서에서 '영어책을 읽어주는 요령: 그림 읽기' 중 여러 단계에서 '그림을 위주로 키워드에 노출시켜라'라는 부분이 있다. 자세한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마지막으로, 책에 나오는 중요한 영어 표현에 아이를 노출시키고 친숙해지게 합니다.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될 영어 표현에 주목하게 하고 키워드의 스펠링과 발음, 의미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은 가급적 삽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주목할 단어를 미리 정해놓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책 속의 삽화를 보면서 각 그림과 쉽게 매칭되는 단어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살펴보면 충분합니다.   



 이전처럼 노래를 듣고 따라가며 책을 읽혀주기보다 노래 없이 딸에게 직접 읽어주기를 택했다. 즉, 책에 있는 긴 문장을 그대로 읽어주기보다 그림책의 삽화에 나오는 내용을 표현하는 내용어(핵심어) 위주로 딸에게 그림을 사진을 찍듯 각인시키며 읽어주었다. 쉽게 말해, 그림을 읽어주면 된다.



많은 고양이들이 나오지만 이 두 쪽만 소개하기로 한다. 몇 장 없는 그림책을 다 소개해버리면 안 될 것 같다.



 "회색 고양이네~ grey cat." 털뭉치를 가리키며 "wool"이라고 읽어주었다. ginger cat은 우리말로 해석해 주기보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바로 "ginger cat"이라고 읽어주었다. 회색은 다른 그림책들에서 본 적이 있고 읽어준 적이 있지만 ginger(생강색, 연한 적갈색)은 처음이라 우리말을 거치지 않고 그림이 나타내는 것을 바로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우유 먹고 있네. 우유. milk." 우유를 자주 들어왔던 딸은 귀를 쫑긋하고 듣는 듯했다. 삽화의 그릇에 담긴 흰색 우유를 보고 자신이 마셔왔던 우유와 동일시하며, milk를 우유로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마시며 봐왔던 우유와 똑같은 것으로 이해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마지막 쪽이다. 계속 다양한 고양이가 나오다 마지막엔 고양잇과 동물인 호랑이가 등장했다. 노래를 함께 들으며 책을 볼 때 이 부분이 나오면 내가 “어흥~”하면서 책을 딸 얼굴 앞에 바짝, 가까이 가져간다. 호랑이가 딸을 잡아먹으려는 듯 손으로 딸의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그래서인지 이번엔 딸이 지지 않으려고 자기가 먼저 호랑이 바로 앞까지 다가가 입을 벌리고 잡아먹으려고 한다. 언제나 사랑스럽다.






1살 딸이 나에게 알려주는 답: 영어그림책이 다소 딸에게 어려워 보인다면 삽화 그림을 나타내는 핵심 내용어 위주로 읽어주며 딸과 신나게 즐겁게 놀면서 그 책을 읽을 수 있다. 즉, 그림을 읽어주면 된다. 물론 그렇다고 너무 수준 높은 책을 선택하면 안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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