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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Sep 23. 2023

얼룩말에게 뽀뽀뽀뽀뽀

7. <What is Black and White?>

 13개월 조금 지난 딸이 부쩍 성장한 것 같다. 아빠, 엄마가 무심코 하는 말들을 따라 하고 많이 알아듣는 모습에 감동함과 동시에 그런 딸이 너무 사랑스럽다. 이 마음을 적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이 없는 것 같다. '감동', '너무'라는 뻔한 단어와 그 단어를 강조하는 부사어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예를 들면, 딸이 자신이 사용하는 바디로션을 잡고 있으면 내가 우리 목욕하고 로션 바를까 한다. 그러면 딸은 화장실 바로 앞까지 가서 뒤돌아 나를 쳐다본다. 딸이 낮잠을 자야 하는데 쉽게 잠들지 못하고 울 땐 우리 산책 갈까 하며 제안한다. 그러면 딸은 현관 앞 중문까지 스스로 가서 또 나를 쳐다본다. 그러면 엄마도 ○○이도 옷 갈아입고 나가자 하고 안아서 집 안쪽으로 다시 들어온다. 이보다 더 사랑스러운 것은 딸에게 "아빠한테 뽀뽀", "엄마한테 뽀뽀" 하면 딸이 뽀뽀를 해준다. 딸바보 남편이 딸의 첫 뽀뽀를 받을 때 너무 감동을 받아 딸의 몇백 배로 뽀뽀를 되돌려준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딸은 며칠 전 뽀뽀를 이렇게 배우게 되었다. 프뢰벨 말하기 책 중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에서 아기가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인형 토끼와 곰에게 뽀뽀를 해주며 자기 전 인사를 나눈다. "안녕히 주무세요.", "친구들아, 잘 자"하면서. 그 책을 딸에게 읽어주며 딸에게 뽀뽀를 먼저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 "○○아, 뽀뽀"하면서 내 얼굴을 딸 옆으로 갖다 대었다. 그랬더니 딸이 뽀뽀를 해주었다!



 아직 근육이 덜 발달돼 어른처럼 입술을 모아 쪽 하지는 못한다. 입을 엄마의 얼굴에 맞추는 것이 딸이 안아달라는 신호를 제외하고 또 다른 사랑의 표현을 나에게 하는 것 같아 몸 둘 바 모르고 흥분하며 좋아했었다.  



 그런 딸이 책에 나오는 얼룩말에게도 뽀뽀했다. 사랑의 감정이 아빠, 엄마를 넘어 동물에게도 넓혀간 순간이다. 그 책은 아래에 나오는 빼뜨르 호라체크의 책 <What is Black and White?>.






 빼뜨르 호라체크의 또 다른 책 <What is Black and White?>이다. 이 책은 눈, 고양이, 우유, 새, 얼룩말 등 검은색,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동식물, 사물 등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black', 'white', 'A is black/white.'를 반복적으로 듣고 읽을 수 있다. 제시되는 그림이 명백하게 검은색과 흰색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영유아기에 반복적으로 듣고 읽는다면 자연스러운 어휘 습득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되는 책이다.  



 첨부되어 있는 CD를 재생하여 책 없이 노래부터 들었다. 마치 뮤지컬이 재생되는 듯한 느낌의 곡. 딸은 약간 느리게 흐느적흐느적 위아래로 몸을 흔들면서 노래를 즐겼다. 그리곤 책 표지를 보여주며 CD 노래를 함께 들으며 읽기를 시작했다. 책을 읽어주기보다 딸과 영어로 놀아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한 번 읽기로 많은 것을 전달하려고 하지 않는다. 즐기며 여러번 읽으면 되는 것이다.


     




 저자 고광윤의 책 <영어책 읽기의 힘>에서 영어책 읽어주기의 진짜 효과들 중 '영어에 총체적으로 접근'이 있다. 즉 꾸준히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고 함께 읽으면 영어를 모르는 아이라도 영어의 표현과 구조에 총체적으로 접근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영어 문장을 작게 나누어 분석하고 각 부분들을 이해한 후 조합하여 전체를 파악하는 분석적 능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단어와 문장의 의미나 쓰임을 총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잘한다는 것이다. 자세한 인용문은 아래와 같다.

 학습은 잊고 이야기에만 집중하도록 도와주면 아이들은 보통 개별 영어 표현의 의미나 문장 구조는 신경 쓰지 않고 그림, 몇개의 아는 단어, 문맥 등 파악 가능한 모든 단서를 동원해 전체 내용을 짐작하고 이야기를 즐기는 데 몰두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단어의 의미와 사용법을 조금씩 깨닫게 되고 이러한 작은 깨달음이 계속 누적되어 영어를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 발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때가 되었을 때 파닉스를 가르쳐 문자를 해독하고 단어를 읽어내는 요령을 알려주면 총체적인 학습과 분석적인 학습을 상호 보완적으로 병행하게 되므로 읽기 능력을 훨씬 쉽고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눈은 흰색. 고양이는 검정색.
우유는 흰색. 새는 검정색.



 처음 읽을 땐 눈, 고양이, 우유, 새를 그림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읽어준다. "우와 눈이네", "우와 야옹야옹 고양이네" 하면서.

두 번째로 읽을 땐 영어로 "snow", "cat" 하며 영어로도 읽어주고

세 번째로 읽을 땐 색깔까지 알려준다. "눈이 하얗지. The snow is white.", "고양이가 까맣네. The cat is black."

네 번째로 읽을 땐 색깔만 집중해서 그림을 손으로 가리키며 "white", "black", "black and white"하고 읽어주었다.



 몇 번째로 쓰긴 했지만 순서는 상관없을 것이다. 그저 그림이 나타내는 어휘부터 작게 시작해서 반복적으로 읽어주며 살을 붙여 마지막에는 문장으로 읽어준다는 느낌으로. 노래와 함께 엄마가 불러주는 것을 들으며 그 어휘, 문장이 나타내는 것을 책에 나오는 그림을 통해 의미를 자연스럽게 딸은 파악할 것이다.



 딸이 책에 심드렁해지면 그저 CD를 계속 틀어놓고 노래를 들려주며 놀게 한다. 또, 외우기 쉬운 문장들이라 딸을 볼 때마다 플레이어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함께 불러주기도 한다.






얼룩말은 검고 하얗다.



 딸에게 책을 읽어줄 때 처음으로 딸이 이 얼룩말이 나오는 쪽을 보게 된 순간. 얼룩말에게 빠진 듯 딸은 한동안 계속 얼룩말을 보고 있었다. 책을 재차 몇 번씩 반복해서 읽어줄 때도 얼룩말이 있는 페이지를 딸이 펼치려고 책장을 스스로 넘겨 보곤 했다. 그렇게 얼룩말에 빠져있는 모습에 내가 "얼룩말에게 뽀뽀" 하니까 딸이 스스로 책을 잡고 얼룩말에 입을 맞추려고 했다. 사랑이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딸이 성장할 때마다 경이로움과 함께 행복감이 몰려온다. 그렇게 나는 딸과 또 뽀뽀를 한다.  

 





1살 딸이 나에게 알려주는 답: 엄마는 교사이기 전에 엄마다. 딸을 향한 사랑이 교육보다 먼저다. 딸과 그림을 즐기며 뽀뽀를 하며 스킨십을 하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전달하는 이 시간이 엄마인 나에게도 너무나 달콤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1살 딸은 어떤 보물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 그리고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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