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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Oct 24. 2023

칙칙폭폭 기차가 여기에도 저기에도

8. <Choo Choo>

 이번엔 빼뜨르 호라체크의 책 중 <Choo Choo>를 읽어줄 것이다. 딸이어서인지 탈 것에 큰 관심이 없다. 아빠 자동차, 버스, 기차 등 타보았는데도 말이다. 딸은 멍멍 강아지, 야옹 고양이, 짹짹 새 등 동물에 관심이 많고 자신이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할 때 봐왔던 과일, 식재료도 책에서 나올 때면 알아보며 좋아한다. 그래서 탈 것과 관련한 책은 후순위로 밀려났고 13개월이 조금 지나 <Choo Choo>를 읽어주었다.  



 책 <Choo Choo>에서는 기차가 출발하여 목적지인 해변가에 도착하는 여정을 여러 의성어(puff puff(칙칙폭폭), rumble rumble(덜거덕덜거덕), toot toot(빵빵) 등)와 거쳐가는 장소들(through the woods, into the tunnel, at the seaside 등)이 등장한다. 많은 의성어들과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반복적으로 듣고 읽으면 쉽게 입에도 붙을 것 같은 책이었다.






 항상 그래왔듯 딸과 나는 노래로 먼저 책의 내용을 들어보았다. 기차의 여정을 그리는 책답게 노래에 활기와 생동감이 넘치는 듯하다. 딸이 탈 것에 별 관심이 없다는 선입견 탓인지 딸이 이번 책의 노래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듯 보였다. 그 전에는 노래가 나오면 무릎을 굽혔다 펴며 몸을 들썩거리는 춤을 췄었다. 이번엔 사뭇 소극적인 반응이었다.





 노래를 듣고난 후 책을 읽어주기 위해 딸을 내 무릎 위에 앉혔다. 많은 의성어와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크게 우리말을 중간 중간에 말해줄 필요가 없었다. 그저 책 속 그림에 집중하며 영어로 읽어주었다. 반복해서 읽어주면 딸이 그림과 영어표현들을 연결짓기를 바라며. 플레이어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가며 읽어준 것이다. 그러니까 책 읽듯이가 아니라 노래 부르듯이.  






노부영 베이비 베스트 <Noisy Peekaboo! Choo! Choo!>



 딸의 시큰둥한 반응에 아기 때부터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읽어주었던 책을 펼쳤다. 그 책은 노부영(노래로 부르는 영어) 베이비 베스트 전집 중 하나인 <Noisy Peekaboo! Choo! Choo!>. 6개월 전후쯤 노부영 책들을 조금씩 보여주면서 CD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그 때는 딸이 책 속에 나오는 아기들 사진만 손가락으로 만지고 다른 그림에는 크게 관심 없었다. 그 땐 그랬었지.



flap을 다 들어보고 칙칙폭폭 기차를 찾는 내용을 담고 있다.



  <Noisy Peekaboo! Choo! Choo!>는 책 표지에서 볼 수 있듯 칙칙폭폭 기차, 찍찍 생쥐, 멍멍 딸랑이 강아지, 똑딱똑딱 시계, 짤깍짤깍 악어를 찾아가는 책이다.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사물들의 명칭(tracks, house, tunnel, train 등), 위치를 표현하는 부사구들(under the yellow tracks, behind the colorful house, in the grey tunnel)이 영어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아직 돌 전후 아기에게 너무 많은 영어 글밥, 비교적 긴 문장처럼 느껴질 수 있다. 처음부터 모든 문장을 아무 강조없이 무미건조하게 읽어주기보다 그림들의 명칭 부분(yellow tracks, colorful house, grey tunnel)을 특히 강조해서(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하고 목소리도 크게 하며) 읽어주고 불러주었다. 






책 <How Languages are Learned> by Patsy M. Lightbown & Nina Spada  33쪽 중에서



 사진 속 상황은 영어 말하기 수준이 아주 초보인 학습자가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공항 안내센터 근무자에게 묻는 상황이다. 안내자는 영어 학습자의 수준에 맞지 않은 어휘 표현, 문장들로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이 상황을 우리가 아이에게 영어로 된 그림책을 읽어줄 때의 상황으로 대입해보면 어떨까. 아이의 수준에 맞게 엄마가 적절히 책 속 문장의 길이나 내용의 양을 조절하여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위와 동일한 책 32, 33쪽에서 찾아볼 수 있다.

 One condition that appears to be common to learners of all ages―though perhaps not in equal quality or quantity―is exposure to modified or apapted input. This adjusted speech style, called child-directed speech in first language acquisition, has sometimes been called FOREIGNER TALK or TEACHER TALK in certain contexts of second language acquisition. Some people who interact regularly with language learners seem to have an intuitive sense of what adjustments they need to make to help learners understand. Of course, some people are much better at this than others. 






요즘은 flap을 들어서 기차를 찾고 기차가 아닐 때는 검지손가락으로 기차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는 딸



 요즘은 아기들 사진만 만지작 거리는 것을 넘어 웃고 있는 아기들을 보고 자신도 하하하 웃는다. 더나아가 책 속 종이 flap을 들어보고 칙칙폭폭 기차를 찾아보곤 한다. 그리고 flap을 들었을 때 칙칙폭폭 기차가 아닌 경우에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움직이며 기차가 아님을 표현한다. 딸이 그림을 보고 영어를 알아들으며 기차가 맞는지 아닌지 여부를 표현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노래를 부르며 책을 읽어줄 때 자주 그러했던 것을 학습한 것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딸이 책 하나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전에는 아기들 사진만 만지작 거렸으니까. 결국 이 책은 딸의 추억과 성장을 담고 있는 물건이 되는 셈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더 이 책에 애착이 간다.   



 이번에 새로이 읽게 된 빼뜨르 호라체크의 <Choo Choo>보다 어릴 때부터 조금씩 읽어왔던 노부영의 <Noisy Peekaboo! Choo! Choo!>를 더 즐기는 딸을 보며 다독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낀다. 특히 영유아기 아이들에게 다독을 통한 반복은 자신의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의 명칭을 습득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듯하다.  






1살 딸이 나에게 알려주는 답: 딸이 읽는 책은 딸의 추억과 성장을 담고 있다. 지금은 책의 내용의 10분의 1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딸이 성장하면서 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의 양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러한 성장 과정을 함께하는 엄마로서 나도 그 책들에 애착이 간다. 딸이 커서 들려줄 이야기들이 책 속에 쌓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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