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애기보살과 달맞이꽃
표지가 맘에 들었던 책이다. 물론 내용도 좋다. 제목처럼 조용히 비 오는 밤에 읽으면 가슴 속에서도 촉촉한 비가 내릴 것만 같다. 박상률작가님을 잘 알지는 않지만 글만 봐서도 선비같은 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표제 글을 올려본다. 작가님의 동화 『개 밥상과 시인 아저씨』도 함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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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녀 끝에서 여름비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한 밤, 절 마당 한구석에선 비에 젖은 달맞이꽃 꽃잎이 땅 위에 떨어지고, 법당 마룻바닥엔 애기 보살의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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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보살이 불상을 향해 반듯이 꿇어앉은 채 손을 가슴께에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고 있었다. 그녀가 왜 울었는지 지금까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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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녀 끝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와 애기 보살의 흐느낌 소리, 아니 흐느낌이라기보단 더 커다랗게 들리는 듯한 눈물 떨어지는 소리, 나는 오랫동안 방 문턱에 걸터앉아 그 소리들을 들으며 여러 생각에 빠져 들었다.
-박상률,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1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