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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실 Jul 26. 2024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최진석교수의 철학이야기

일전에 최진석교수의 『경계에 흐르다』를 소개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ㅎㅎ

이 책은 2022년에 출간된 책으로 선생의 최근 저서라고 할 수 있다.

소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철학적이면서 인간적으로 다가온 책 제목도 물론 좋았다.

1부- 별 헤는 밤

2부-우주를 겨드랑이에 낀 채로

3부-신의 있는 사람

4부- 건너가는 시선

5부- 정해진 마음 넘는 법

어디부터 읽어야 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 페이지나 읽어도 감동은 같을 것이다.


20쪽

별을 처음 봤다. 그때가 고등학교 1학년 때이다. 마침 나는 시골집 마당에 덕석을 깔고 하늘을 마주한 채로 어머니가 가져오실 저녁밥을 기다리며 누워있었다. 나는 '해피'를 하늘에 그리고 있었다. 그날 광주에서 내가 기르던 개 '해피'가 죽었다는 전보를 받았다. 그때 하늘에서는 별똥별이 지고 있었다. 별똥별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도 죽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죽음의 공포에 빠졌다. 백숙을 쑤어서 들고 들어 오시는 어머니가 그렇게 생경하게 보일 수 없었다. 내 주위의 모든 것이 갑자기 낯설어지며 체온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았다.

47쪽

아버지는 내내 근면하셨다. 나름대로 매머드 뒷다리를 메고 들어 오는 남자의 품격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셨다. 말수가 적으셨지만, 아버지는 누나나 동생보다 특히 내게 남자란 모름지기 매머드 뒷다리를 잘 쟁취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하시려는 것처럼 보였다.

72쪽

'덕'을 갖추고 있음에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비유하여 말하면 물이 잔잔하게 멈추어 수평을 이룬 상태다. 안에 깊은 고요를 간직하고 출렁이지 않는다. 덕이 출렁출렁하게 드러나지 않을 정도가 되면 사람들은 거기에 이끌려 떨어질 수가 없다. 외적으로 출렁이는 모습은 기능에 갇혀 경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말한다.

124쪽

'공이 이루어지면, 그 공을 차고앉지 말아야 한다.'

노자는 처음에 이 말을 정치적인 의미에서 주고 사용하였다. 정치인이 지속적인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25쪽

윤편의 수레바퀴

(....)

'전해줄 수 없는 것'을 가진 사람 밑에서, 그 사람이 적절한 태도로 남긴 결과들을 받아먹고 그것들을 숙지하며 노력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바로 자유가 아니라 종속이다. 그 '전해줄 수 없는 것'을 나름대로 갖는 것이 독립이다. 독립이나 자유로 이끌 수 있는 비밀은 환공이 읽는 책 속에 있거나, 그 책을 쓴 사람의 말속에 있지 않고 윤편의 '손'에 있다.




매미 소리가 한창이다. 한 철 목놓아 울다가 사라질 목숨이다. 별똥별도 지고 글 속에 나오는 해피도 죽었다. 죽음에 관해 조금 편안해진다.

 오늘이 중복날이다. 하여 능이 오리백숙 사진도 함께 올린다.

복달음하고 독서에 매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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