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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실 Apr 19. 2024

무소유

무소유 스님

한 때 끼고 잠들기까지 했던 책을 골랐다. 읽노라면 글자 하나 하나가 눈에 쏙쏙 들어 박히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법정스님의 흔적을 찾아 성북동 길상사를 틈만 나면 달려갔던 시절도 있다.

책장 저 속에 있는 책을 꺼내 든다.

 이 책은 청계천 헌 책방을 뒤져서 샀다. 몇 권의 책을 사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그 날의 심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감회가 새롭다.

유명한 『무소유』 중 몇 대목을 옮겨본다.



                             ***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 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 장,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 뿐이오.

(...)

나는 지난해 여름까지 난초 두 분을  정성스레, 정말 정성을 다해 길렀었다.3년 전 거처를 지금의 다래헌으로 옮겨왔을 때 어떤 스님이 우리 방으로 보내 준 것이다.

(...)

아차! 이때서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


나는 이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 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념한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법정, 『 무소유』,23쪽


육신을 버린 후에는 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곳이 있다. '어린왕자'가 사는 별나라 같은 곳이다. 의자의 위치만 옮겨 놓으면 하루에도 해지는 광경을 몇 번이고 볼 수 있다는 아주 조그만 그런 별나라.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안 왕자는 지금쯤 장미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을까. 그런 나라에는 귀찮은 입국사증 같은 것도 필요없을 것이므로 한번 가보고 싶다.


-같은 책,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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