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떨 때, 작가라는 이름에 책임감이 드는 적이 있다. 그래서 잘, 제대로 써지지 않으면 짜증이 나곤 한다. 이럴 때 한 번씩 들춰보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짜증이 잠들긴커녕 화가 치밀어 책장을 덮어버리고 만다. 나는 언제쯤 이런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말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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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얻은 날개인데... 그 생각이 불시 내 평온을 흔든다. 스무 해 가까이 양말 빨고 된장찌개 끓이다 어찌어찌 얻어 가진 작가라는 명분에 내심 얼마나 달떠 있었던가. 첫 책을 내고 찾아뵌 스승이 식당에서 종이 냅킨에 써 주셨던 두보의 문구 "어불경인 사불휴, 내 글이 남을 놀라게 하지 못하면 죽어서도 쉬지 않으리라"는 아직도 서랍 안에서 숨 쉬고 있는데. 죽어서가 아니라 두 눈 멀쩡하게 뜨고도 게으름만 부리다 좋은 세월이 다 지나고 말았다. 어떻게 얻은 눈과 날개인데... 풋가을 아침, 죽은 잠자리 한 마리가 산 사람을 뜨끔뜨끔 물어뜯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