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 사람 이야기
첫날은 아무래도 헤맬 것이라 생각하고 일찍 도착했다. 예상대로 예상치 못한 것들이 날 막아섰다.
요가 수업 하는 곳으로 가보니 QR코드를 찍고 들어가는 시스템이었다. 기존 멤버들은 그냥 게이트 아래로도 다니고 있었지만 생초보 주제에 그래선 안될 것 같았다. 안내 팻말을 보니 옆 건물에 상담창구가 있단다. 연결되는 층을 찾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보니 노인 여러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대기자는 아니겠지 생각하고 창구로 다가가는데 모두 대기표를 손에 쥐고 있었다. 대기표를 뽑으니 17명이 대기란다. 시간 맞춰 왔으면 정말 곤란할 뻔했다. 이번 달 처음 개강하는 날이라 온라인 등록이 서툰 분들이 직접 와서 재등록이나 일일권을 끊는 중이었다. 다행히 중간에 건너뛰는 번호가 많아 금방 내 순서가 왔고 내 용건을 말했다. 직원분은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니 그 코드로 입장할 수 있을 거라 했다.
‘애초에 등록할 때 이런 코드를 보내줬으면 좋잖아!’라고 이제는 생각한다. 그때는 그냥 감지덕지였다.
다시 요가 수업하는 곳에 가보니 시간이 10분 정도 남았다. 5분 정도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핸드폰을 보는 척하며 동태를 살피는데 복도에 지나다니는 남자가 없다. ‘남자가 나 혼자일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은 해 봤지만 정말 나 혼자면 어떡하지?
5분 남기고 들어가 맨 뒤쪽에 매트를 깔고 물병과 수건을 오른쪽에 놓았다. 아… 정말 혼자다. 얼른 뒤돌아 창문 쪽을 향하고 스트레칭을 했다. 몸이 굳어서 잘 펴지지 않는 것 같다.
정각이 되자 선생님이 들어와 “나마스떼”했고 출석을 불렀다.
출석을 부르는데 남자이름이 나 혼자여서 그런지 내 이름을 부르고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안 그래도 위축되어 있는데 선생님이 외면하는 것 같아 더 쭈글 해진다.
요가 처음 배우는 사람을 조사하니 나까지 포함해 4~5명 되는 것 같다. 선생님은 스트레칭만 하는 게 아니고 근력운동도 함께하게 될 거라고 말했고 간단히 요일별 수업을 안내했다. 수업이 시작되어 호흡과 명상을 했고 이어 여러 동작을 했다. 비슷하게 따라는 것 같아 스스로가 대견했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자꾸 신경 쓰였다. 특히 상체를 팔을 위로 올려 쭉 뻗는 동작을 할 때마다 내 허리살이 자꾸 등장하는 것이다. 아… 이래서 요가 운동복이란 게 따로 있나 보다…. 다음 시간에는 아랫단이 좀 넉넉하게 내려오는 티셔츠를 찾아와야겠다.
정신없이 따라 하다 보니 수업이 끝났고 다음 수업 때문에 서둘러 나가야 했다. 얼른 매트를 말아 보관함에 꽂고 가방을 챙겨 나가려는데 가방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물병 마개를 제대로 닫지 않았는지 가방 속이 다 젖었고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 최대한 눈에 안 띄고 빨리 나가려 했는데…
뒤돌아보니 내가 다닌 길에 물자국들이 있었다. 다른 분이 지나가다 “어! 물이…”라고 말했다. 평소 같았으면 “아이쿠 죄송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했을 텐데… 잔뜩 긴장한 나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수건을 꺼내 정신없이 물을 훔쳐냈다. 하… 물병은 왜 그리 큰 걸 챙겼을까…. 후다닥 물을 닦아내고 나오니 ‘이거 계속 나와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애가 아닌 나는 사람들은 남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내 안의 ‘어린이’는 혼자서 상상하고 걱정한다. 오랜만에 내 안의 그 어린이를 만나게 되었다. 새로 뭔가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못 만났을 나의 일부분이다. 요가를 시작한 지 하루 밖에 안되었지만 벌써 뭔가 얻은 것 같다.
쑥스러워도 계속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