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치료가 끝날쯤 무렵 암에 대하여 책을 읽으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책과 자료들을 읽고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고 노력했다. 너무 몰두한 나머지 이러다가 의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많은 고민 끝에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잘 실천해보자 결심했다. 내게 의학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은 의사 선생님께 맡기기로 했다. 기능의학병원에 다니면서 나의 몸상태를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자의로 운동을 제대로 해본적이 없었다. 물론 헬스장에 다니기도 했고 요가수업을 들은적도 있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쳤다. 산에 힘들게 올라가면 어차피 내려올텐데 왜 올라가야하지? 이런 바보같은 생각들을 했다. 등산하는 첫날이었다. 집에서 산입구까지 오르막으로 30분 길을 걸었다. 거기까지 갔는데 입에서 나쁜 말이 나올만큼 힘이 들었다. 산입구가 정상처럼 느껴졌다. (담부터 여기까지 차를 타고 와야겠다고 하니 등뒤에서 누군가 내게 어이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신랑이다.)
월요일 아침 식구들이 일터와 학교로 떠나고 홀로 산에 올랐다. 자연스럽게 꽃무늬 등산복 어머니들 사이에 섞였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나처럼 젊은 사람을 잘 보이지 않았다. 잠시 우울감이 몰려왔다.
"모두다 평범하게 일하는 이 시간에 나는 산에 왔구나.. 나는 환자구나"
그런데 이런 생각도 잠시였다. 산길을 걸으니까 마음이 편안해졌다. 처음엔 3시간의 등산을 하고 나면 집에와서 3시간을 누워있어야 했다. 식사 준비도 힘들만큼 피곤하고 기운이 없었다. 차려준 밥을 먹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산길을 걷고 걷고 또 걸었다. 내가 회복하고 다시 삶을 살 수 있는 길은 운동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분주하게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커피를 한잔 마시고 누워 뒹굴고 싶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그냥 편히 쉬고 싶은 오전이다. 그래서 운동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면 90프로 이상의 확률로 운동을 거르게 된다. 그래서 산에 오를까 말까 고민하지 않는다. 오전이면 그냥 운동복을 미리 입고 산에 갈 준비를 한다. 혹시 몸이 아픈날은 운동을 더 많이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 운동을 열심히 하고 집에 들어오면 몸이 더욱 상쾌해짐을 느낀다. 무더위의 날씨가 한창인 여름날 폭염으로 더운 날에 운동을 하면 온몸이 땀으로 샤워한 듯 젖는다. 이 계절에는 운동효과를 두배로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산에 오른다.
40년 넘게 운동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었다. 절대 자의로는 어떤 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내게 왜 암이 왔을까? 난 암과 같은 큰 질병은 음주를 많이 하거나 식습관이 아주 좋지 않거나 그런 것들로 인해 병이 온다고 생각했다. 진단전 사실 전혀 술을 즐기지 않았고 식습관도 좋은 편이었다. 암이 내게 왜 왔는지 답을 찾을 순 없겠지만 아마도 약해진 나의 몸이 견디지 못한 것만은 확실하다. 이제는 등산이 좋아졌다. 좋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런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