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루카의 쉼터
우리 집에는 세 살 된 진돗개 루카가 산다. 2023년 1월, 생후 45일 만에 우리 곁에 온 루카는 용감한 강아지였다. 가족들이 모두 집을 비우면 루카는 회사 사무실에서 며칠을 보낸 적이 있다.
그곳에는 다른 진돗개도 있었지만, 개들 사이의 서열 때문인지 먼저 온 ‘형아 개’는 루카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루카와 어머니의 하루는 톰과 제리처럼 역동적이었다.
진돗개답게 루카는 대소변 가리는 법을 금방 배웠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처음엔 세탁기 앞에서 소변을 보고 껑충껑충 뛰며 좋아하던 루카.
어머니는 “루카, 또 여기다 했네! 소변은 여기 패드에 보는 거야!”라며 친절히 가르치셨다. 하지만 며칠 동안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는 루카 때문에 어머니는 빗자루를 들고 야단치시곤 했다.
루카는 몰래 세탁기 옆에서 또 영역 표시를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한 달쯤 지나자 루카는 집에서 혼자 지낼 정도로 자랐다. 시골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우리는 읍내 외곽으로 이사했다.
이사 후 우편물이나 택배를 배달하러 오는 기사님들만 보면 루카는 사납게 짖어댔다.
루카의 보금자리는 집 현관 입구다. 아침에 화장실이 급할 때는 “오~~~” 하며 노래를 부르고, 볼일을 마친 뒤엔 발바닥으로 문을 두드린다.
산책을 나가면 집에 들어올 때쯤 더 놀고 싶어 목을 뒤로 빼며 버티곤 한다.
그러던 무더운 여름, 루카의 목줄이 풀렸다. 자유를 누리지 못했던 루카였기에 우리는 걱정에 휩싸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루카는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재빨리 목줄을 손보고 다시 채워줬다. 루카는 집 밖에서의 고생을 아는 듯했다.
이제 루카는 우리가 출근할 때 현관 입구에 철푸덕 앉는다. 나오라고 해도 꿈쩍하지 않는다. 집 밖의 습한 더위보다 시원한 집 안이 더 편한 루카.
무더운 자유보다 현관 입구라는 쉼터를 택한 루카가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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