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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복길씨

1000 원짜리 거울손님

by 미리암

1000원짜리 거울손님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늦은 밤, 시골 읍내의 작은 편의점에 복길 씨가 들어온다. 그녀는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백설공주 같은 매력을 가진 손님으로, 예명은 복길이다. 밤 11시쯤, 그녀는 도시락과 김치, 그리고 소주 한 병을 사러 온다.


복길 씨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익숙한 얼굴에 서로 가볍게 안부를 묻는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두 주먹을 볼에 대고 비비며 밝게 웃는다. 그 미소가 어쩐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안녕, 사장님!”
“어서 와요, 복길 씨.”
“저녁 사러 왔어요. 살짝 취했나 봐요.” 그녀가 쑥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복길 씨는 도시락, 단무지, 그리고 몇 가지를 골라 카운터로 온다. 그러다 잠시 멈칫하더니 쿨러 쪽으로 향한다.


“사장님, 나뭇잎 소주가 안 보여요.”
“어라, 있을 텐데…”


나는 쿨러로 다가가 뒤쪽에 있던 소주를 꺼내 준다. 몇 개가 빠져서 앞쪽이 비어 있었던 모양이다. 복길 씨는 소주를 들고 카운터로 돌아오며 환하게 웃는다.


“사장님, 올 때마다 따뜻하게 맞아줘서 고마워요.”
“복길 씨야말로, 살 좀 쪄야겠어요. 너무 말랐어요.”
“아니, 저 진짜 많이 먹는데!”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

“여기 온 지 한 달쯤 됐나… 도시락 좀 데워갈게요. 숙소에 있는 전자레인지가 영 시원찮아서요.”
“그러세요. 뜨거우니까 조심해요.”


복길 씨가 쑥스럽게 웃으며 도시락 비닐을 벗기는 걸 도와주고, 전자레인지 위치를 알려준다.
복길 씨에겐 특별한 물건이 하나 있다. 다이소에서 천 원에 산, 반짝이는 공주 거울.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매력적인 거울이다.


“복길 씨, 그 거울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사장님, 이거 다이소에서 천 원이에요!”

그녀가 까르르 웃는다.
“내가 들고 다니면 안 어울릴 것 같아서요. 나중에 글 쓸 때 소재로 넣고 싶어요.”
“사장님, 글 쓰세요?”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요. 복길 씨 이야기도 살짝 넣어볼까 해요. 근데, 나 사장님 아니에요. 그냥 알바생이에요.”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복길 씨, 나이 좀 물어봐도 될까요? 언니라고 부를까 하다가 실수할까 봐 조심스러워서요.”


“사장님… 먼저 말해줘요.”


“나? 올해 쉰하나예요.”


“진짜요? 그럼 제가 동생이에요!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복길 씨도 나이를 밝히며 웃는다. 그녀는 내 동생과 동갑이라고 했다.


“사실 저, 서울에서 왔어요. 여기엔 아는 사람 하나도 없어요.”
“나는 여기서 알바하고, 본업은 누룽지 굽기랑 글쓰기 하고 있어요.”


갑자기 복길 씨가 진열대를 두리번거리며 말한다.


“언니, 뭐라도 선물하고 싶어요.”
“괜찮아요. 예전에 새벽 근무할 때, 어떤 언니가 친절하다고 바나나 우유 사준 적이 있거든요.”


그녀가 환하게 웃는다.

“언니, 저 오늘 돈 좀 벌었는데… 선물하고 싶은데.. 그럼 언니네 누룽지사면 돼죠. 내일 전화드려도 돼요?”


“그럼요, 언제든 전화해요.”


“정말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마워요.”


복길 씨는 이 읍내에서 생활한 지 이제 한 달. 왜 이곳에 왔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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