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보고도 닿지 않는 밤의 기록

신발을 바꾸는 날

by 미리암 최정미



음,
아마도
성실하게 살아온 모양이다.

발바닥이 먼저 알려왔다.
이제는
신발을 바꿔야 할 시간이라고.

애쓴다고
늘 목적지에 닿는 건 아니어서
여러 번
같은 자리로 돌아왔고,

그러나
도착한 사람들의 걸음에는
대개
지나온 시간이 묻어 있었다.

말보다
발이 먼저 움직였고
다짐보다
습관이 나를 앞질렀다.

실수는 숨기지 않고
부족함은 덮지 않고
조금씩
구체적으로 만들어간다.

오늘도
결과가 아니라
걸어온 방향을 믿으며
문 앞에 선다.

똑똑

— 2018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