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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Feb 08. 2020

중2아들 새 학기 첫 날

중2아들을 대하는 아빠의 마음자세

  큰 아이는 중2가 되었고 작은 아이는 중1이 되었습니다. 둘 다 아들입니다. 자녀가 연년생 중학생이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들 대부분은 제 어깨를 토닥거리며 저 대신 한숨을 쉬어줍니다. 

 

  중2아들은 전형적인 사춘기 스타일입니다. 사춘기 마스코트인 여드름은 얼굴과 목 뒤쪽 뿐만 아니라 가슴과 등까지 피었습니다. 전용 세안제 사용은 당연하고 치료 성분이 있는 미스트와 화장품까지 꼼꼼하게 챙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관리는 연예인처럼 하지만, 씻는 일에는 게으름을 피웁니다. 땀 흘리고 돌아와도 씻지 않으려 합니다. 여드름 관리의 필수 행동은 청결이라고 반복해서 말해야 겨우 화장실로 움직입니다. 때로는 엄마의 클렌징 도구로 잠깐 닦아내고서는 다 씻었다고 말합니다.


이런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중2아들은 한 겨울에 슬리퍼만 신고 다닙니다. 신발장에 쌓아 놓은 운동화가 많아도 슬리퍼만 끌고 다닙니다. 친구를 만나러 가도, 학원에 가도 오로지 슬리퍼만 고집합니다. 올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서 다행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잔소리가 먹혔는지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는 운동화를 신고 다닙니다. 예전에는 걸어 다니던 거리를 함께 다닐 때면, 아빠가 힘들다는 핑계로 버스를 타자고 설득합니다. 그래야 중2아들이 추운 겨울날 슬리퍼 대신 운동화를 신고 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아들의 친구들을 동네에서 만나면 그들 모두 슬리퍼를 신고 있더군요. 그들의 부모님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겠죠......


  오늘 개학했습니다. 새 학기 첫날을 맞이하여 아침에 간단한 특별식을 준비했습니다. 근육 만들기에 관심이 많아진 중2아들을 위해 브로커리 닭가슴살 샐러드를 만들었습니다. 며칠 전 마트에서 구매한 브로커리에 사과, 피망, 양파와 닭가슴살과 삶은 달걀을 넣고 집에서 만든 플레인 요거트를 넣고 버무렸습니다. 담백한 맛보다는 단 맛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꿀과 블루베리 잼을 함께 넣었습니다. 새 학기 첫날 기분 좋게 잘 먹고 다녀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침부터 유튜브를 보며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식탁에 앉은 아들에게 근육운동에 좋은 음식이라고 말하자 아빠! 감사합니다~라며 먹기 시작합니다. 아들의 입에서는 감사함을 말했는데, 아들의 태도는 나에게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의미처럼 다가왔습니다. 


  젓가락을 든 아들의 손은 샐러드를 먹는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먹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밥을 국에 넣어 말아먹기 시작합니다. 더 이상 샐러드로 손을 뻗지 않습니다. 남은 샐러드는 오늘 내가 먹을 점심이 되었습니다. 아들의 배려로 점심식사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어 감사할 뿐입니다.


  교복을 입은 중2아들의 모습은 세상 누구보다도 멋져 보입니다. 잘 다려진 하얀 셔츠에 넥타이를 걸치니 제법 청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슬리퍼가 아닌 운동화를 신어서 다행입니다. 빈 손으로 나가려 하기에 읽을 책이나 메모할 연습장이라도 넣고 다니라고 말하니, 빈 가방에 필통 하나만 달랑 넣고 어깨에 둘렀습니다. 츄리닝 바지로 교복을 마무리하고 거울 앞에서 만족해하는 아들에게 바지 좀 갈아입으라는 말은 차마 못 했습니다.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심정은 부모의 숙명이겠죠..... 

  

 중2아들이 집으로 돌아오면, 휴대폰 a/s센터에 가야 합니다. 아들이 휴대전화를 떨어트려서 액정이 깨졌습니다. 벌써 두 번째입니다. 나는 어이없는데, 아들은 태연하고 당당합니다. 걷거나 이동할 때 휴대폰을 보지 말라는 아빠의 말을 들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아들은 처음부터 아이폰으로 사주지 않은 아빠를 타박합니다. 아이폰은 떨어트려도 잘 깨지지 않는다며 자신의 잘못 보다는 부모의 돈 없음을 질책합니다.


아빠는 부자가 아니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중1아들에게 카톡이 도착했습니다. 오늘 중학교 배정표를 받으러 학교 갔습니다. 형과 같은 중학교를 다니고 싶다며 매일 밤마다 기도했습니다. 카톡에 배정표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렸습니다. 형과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며 기뻐하는 메시지를 신이 나서 올렸습니다. 형을 좋아하고 형을 담고 싶은 둘째는 마냥 좋아합니다.


 둘째는 학교가 끝났는데도,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전화도 받지 않고 카톡도 반응이 없습니다. 오후에 갈 학원 숙제도 아직 안 끝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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