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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Feb 08. 2020

삼대의 하루....

이렇게 살아도 행복합니다.~

  중2아들은 일찍 일어나도, 늦게 일어나도 집에서 나가는 시간이 똑같습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아들은 움직이기 시작하면 휴대전화가 들고 다닙니다. 화를 내며 주의를 주니 횟수는 줄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휴대전화 홀릭입니다. 아직까지는 식탁 위에서의 휴대전화 금지 규칙을 잘 지키고 있지만, 언제 이 규칙이 깨질지 걱정됩니다. 


  식사 후 화장실에 들어갈 때면, 듣고 싶은 음악을 연결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가지고 들어갑니다.

노래를 따라 부르며 양치질부터 샤워까지 마무리합니다. 바쁜 아침에 본인만 태평해 보입니다. 다행히도 동생의 등교시간이 조금 늦습니다. 엄마는 이런 중2아들과 싸우지 않으려고 미리 씻고 나옵니다. 일찍 일어나면 씻는 시간이 길어지고 늦게 일어나면 짧아집니다. 그래서 기상시간이 달라도 집에서 나가는 시간은 동일합니다. 

  

  아들은 자기 방 정리도 못하고 학교 갔습니다.

아들 방 정리를 하다가 엉망인 아들방 사진을 찍어서 가족 단톡 방에 올렸습니다. 벗어놓은 잠옷과 침대에서 빠져나온 그대로입니다. 입고 잤던 티셔츠와 깨끗이 빨아놓은 티셔츠를 같이 모아 베개 위에 던져 놓았습니다. 빨래할 옷과 빨아 놓은 옷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결혼 초기....아내가 나에게 자주 하던 잔소리가 생각났습니다. '빤 옷과 빨래 좀 구분해요!'


  예비 중1아들은 중학교에 입고 갈 교복을 맞췄습니다. 

형처럼 멋지 게 교복을 입고 싶다며 다이어트를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엄마에게 닭가슴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며 구매를 졸랐고, 아내는 주문했습니다. 구매한 닭가슴살은 다음날 오전에 도착했습니다. 중1아들은 닭가슴살이 맛있다며 좋아합니다. 이 정도 맛이라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것이라며 호언장담합니다.


아침에는 반 공기의 밥과 닭가슴살 샐러드, 저녁에는 닭가슴살 샐러드만 먹기로 했습니다. 식성이 좋고 식탐이 많은 아들에게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하라며 저녁만 닭가슴살 다이어트를 권했습니다. 아들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저의 제안은 거절당했습니다. 


식습관을 바꿀 수 없다면 군것질 습관을 끊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알겠다고 말은 하지만, 용돈의 절반은 먹는 것에 쓰고 있습니다. 아들의 군것질은 마이쮸, 하리보, 아이셔 등과 같은 젤리나 캔디 류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유난히 당이 많은 제품들입니다. 아직도 유년기의 모습을 간지고 하고 있어서 걱정됩니다.


오늘도 중1아들은 아침부터 닭가슴살 샐러드를 한 접시 먹었습니다. 여기에 원래 먹던 대로 밥 한 공기를 다 먹고 만둣국 한 그릇 싹~ 비웠습니다. 아직도 배고프다며 요플레에 블루베리 잼을 넣고 바나나를 한 개를 먹기좋게 토막 내어 버무린 건강식 한 그릇까지 먹고 등교했습니다. ....교복을 더 큰 것으로 바꿔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십니다. 살면서 이런 적이 없어서 당황스럽네요. 제 기억으로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약속을 정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살아도 행복한데....

아버지는 살림하는 아들이 안타까우셨나 봅니다. 

때로는 나의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슬픔이 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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