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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Feb 19. 2020

편두통, 우울감 그리고 커피 한 잔

커피  한 잔도 마실 수 없는 우울한 오후입니다.

감기처럼 우울감이 또 찾아왔습니다.

기억에서 잊을 때 즈음이면 뜬금없이  안부를 묻는 친하지 않은 친구처럼 우울감이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잊고 있던 질문이 우울과 함께 왔습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남편과 집에서 살림하는 아빠는 내가 선택한 것인데, 가끔은 이 선택을 스스로에게 되물어보곤 합니다.


편두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참지 못하고 타이레을 먹었습니다. 약의 효과인지,  학습된 의존감인지는 알 수 없지만 편두통은 사라졌습니다.


불편한 마음 신체화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몸에서 나타나는 증상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여기저기 아프고 나면 나이 듦이 빨라지는 것 같아서 더 우울해집니다.


오전 내내 불량한 학습태도로 아이들과 실갱이를 했습니다. 마음의 불편함은 점심식사를 준비하면서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무생채를 만들고 부대찌개를 끓였는데, 찌개는 처음 맛보는 이상한 맛니다. 햄 몇 조각을 건져먹다가 모두 버렸습니다. 다행히 무생채는 기대 이상의 맛이 났습니다.


예비중1아들은 오늘이 예비소집입니다. 중2아들은 점심을 먹고  나갔습니다. 조용한 집이 오늘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샤워  후 잘 차려입고 동네 커피점에 들어왔습니다. 싸구려 커피에 샷을 추가했습니다.  커피맛을 한약이라 생각하며 마음의 병이 낫기를 빌면서 마십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후후~불며 한 모금 마셨는데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예비중1아들이 학교에서 받은 새 교과서가 너무 많다며 픽업을 요청하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커피  한 잔도 마실 수 없는 우울한 오후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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