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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Feb 26. 2020

중2에겐 코로나도 소용없더라.

프롤로그-코로나 때문에 중학생 아들과 집에 갇혀 생활하기

가족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입니다.

아이들과의 추억을 가능한 많이 간직하려고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쓰는 럭셔리 여행은 아닙니다. 우리 집 형편에 맞게 무리하지 않는 경제권 안에서만 여행을 다닙니다. 아내와 상의한 후 여행용 통장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이 통장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지출로 돌리지 않고 생활합니다. 통장에 6개월 정도 돈이 쌓이면 그 돈의 액수에 맞춰서 가족여행을 출발합니다.


여행지는 2-3개월 전에 미리 정합니다. 아내는 블로그를 찾아다니며 정보를 얻고 계획을 세우는 일을 맡습니다. 몇 년 전 아이들과 에버랜드를 놀러 갈 때 아내는 출입구에서부터 놀이기구와의 거리, 관람시간을 계산하여 동선을 계획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내의 동선에 따라서 아이들은 에버랜드 관람을 끝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큰 아들에게 즐거웠는지 물었습니다. 아들은 재밌었지만, 엄마가 가자는 곳만 다녔다며 약간의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참고로, 에버랜드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준비한 페이퍼가 무려 5장이었답니다. 아내가 만든 이 페이퍼는 지금도 직장에서 레전드로 칭송받으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방학에도 가족여행을 준비했습니다.

강원도 바닷가 근처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습니다. 저렴하게 여행을 다니다 보니 미리 예약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저렴한 가격의 여행상품은 예약 후 취소할 수 없는 단서가 있었습니다. 예약을 취소할 수 없으면 여행 자체를 취소할 수 없기에 무조건 떠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예약을 했습니다.


아내는 성격적으로 계획하지 않으면 불안한 체질이라서 강원도의 맛집과 멋집 그리고 꼭 가보아야 할 곳들을 빼곡히 정리했습니다. 미리 다녀온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기도 하고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통해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 글이나 사진을 분석합니다. 우리가 다닐 동선을 기준 삼아 꼭 가봐야 할 곳들을 정리했습니다.


지난주부터 코로나가 심각해졌습니다. 뉴스를 유심히 살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강원도 지역에는 확진자가 없었습니다. 주말에 강원, 삼척, 속초에서 확진자가 나타났다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우리의 여행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기사를 모아서 휴대폰으로 걱정과 염려의 문자와 함께 보내주었습니다.


월요일 저녁에는 처갓집 사람들이, 화요일 저녁에는 친가 쪽 사람들이 우리 가족의 여행을 취소해야 한다며 걱정과 함께 협박을 섞어서 전화를 주습니다. 나 혼자서라도 다녀올까 생각했지만, 코로나의 두려움에 포기했습니다.


아이들과 집에 갇혀서 지낸 지 3일째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불편함보다 사춘기 아이들을 집 밖에 못 나가게 붙들어 놓는 게 더 힘듭니다. 얼르고 달래고 혼 내고 구슬려도 중학생 두 명을 감당하기가 버겁습니다. 다행히 작은 아들은 영화감상에 푹~ 빠져서 밖에 나가기를 포기했습니다.


지금 큰 아들은 딱! 2시간만 놀다 오겠다며 샤워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때를 쓰는 아들의 모습은 기가막히고 어이없습니다.


결국, 마스크 착용과 두 시간 안에 들어올 것을 다짐받고 외출을 허락했습니다. 더 모질게 아들을 말리지 못한 나 자신을 원망하고 있습니다.ㅠㅠ


시큼한 레몬을 듬뿍 넣은 코로나 한 잔이 간절한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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