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부아빠 Feb 29. 2020

중2에겐 코로나도 소용없더라.(2)

오늘 아들에게 아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엄마는 출근했습니다. 코로나의 위험 속에서도 가장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조심히 다녀오라며 아내를 꼭~ 안아주는 것뿐입니다. 아이들에게도 엄마에게 감사의 응원을 외치라며 출근길 집 앞 골목까지 함께 나갔습니다. 


오전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들은 학습지와 문제지를 풉니다. 과목별로 문제를 다 풀면 제가 채점을 합니다. 채점에서 틀린 문제가 나오면 다시 풀게 합니다. 그리고 틀린 문제의 개수만큼 추가로 문제를 또 풉니다. 요즘에는 틀린 문제의 수가 적게 나와서 다행이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푼 문제의 수만큼 다시 풀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매일 해야 할 학습 분량을 끝내면 11시가 조금 넘습니다. 공부가 끝나면 점심식사를 준비합니다. 오늘은 냉동만두를 이용한 만둣국을 끓였습니다. 선물로 받은 멸치가루와 새우가루로 육수를 만들었습니다. 냉장고 야채칸에 묶혀 있던 다양한 야채들을 썰어서 국물의 시원한 맛을 만들었습니다. 액젓과 간장을 넣고 맛을 내고 소금으로 맛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고기만두보다 김치만두를 좋아합니다. 김치만두를 넣고 푹~ 삶아서 그럴듯한 만둣국을 끓였습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맛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만둣국에 넣은 야채는 그대로 남겼습니다. 국물과 만두만 건져먹었습니다. 정말로 맛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아이들의 그릇에 남겨진 야채만 제 그릇으로 옮겼습니다. 두 녀석의 국그릇에 남긴 야채를 모아보니, 다시 만둣국 한 그릇이 되었습니다. 혼자 남겨진 식탁에서 남은 야채를 다 먹었습니다. 


오후에는 영화를 다운받아 보기로 했습니다. 밖을 나갈 수 없으니, 집에서 영화를 같이 보며 지내자고 설명했습니다. 작은 아들은 좋아하며 리모컨으로 영화를 검색합니다. 하지만, 큰 아들은 나가야 한다며 어쩔 줄 몰라합니다. 


"아빠! 제발이요~, 저 잠깐만 나 갔다 올게요!, 딱! 2시간이면 돼요!, 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했단 말이에요!"


큰 아이들은 이 말을 50분 동안 반복하며 저를 설득하려 합니다.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하고 더 이상 말하지 말라며 주의를 주었습니다. 아들은 저의 단호함에 외출을 포기하곤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혼잣말로 구시렁거리기 시작합니다. 


"마스크를 쓰면 된다고 하던데..... 친구들도 나오기로 했는데.... 왜... 아빠는....."


누워서 휴대폰으로 친구들에게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알리기 시작합니니다. 엄마에게도 메시지를 보내서 아빠를 설득해 달라고 지원을 요청합니다. 엄마는 큰 아들의 메시지를 캡처하여 실시간으로 나에게 다시 보내주며 어떻게 해야 하냐며 묻기 시작합니다. 


한참 후에 큰 아들은 모든 걸 포기한 채 거실로 나왔습니다. 오늘은 나가지 못하니, 휴대폰 사용시간을 늘려주고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시켜달라고 요구합니다. 집을 나가지 않겠다는 말에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큰 아들은 저녁식사 전까지 쉬지 않고 게임을 했습니다.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을 보니 화가 났습니다. 나가지 말고 집에서 게임을 하라고 말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뉴스를 함께 시청했습니다. 매일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를 보며 경각심을 느끼길 바랬습니다. 뉴스가 끝나고 다시 한번 코로나의 위험성을 설명하며 이번 주까지만 집에서 보내자고 말했습니다.  큰 아들은 안 된다며 펄쩍 뛰었습니다. 설득과 부탁도 소용없어서 목소리를 높여서 외출은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하고 대화를 끝냈습니다.


 코로나가 무서워서 외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대신 집에서 할 것들을 허락했습니다. 휴대폰과 컴퓨터 게임 사용을 늘려주었습니다. 하루 종일 휴대폰과 게임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만감이 교차합니다.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딜레마 같은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부모로서의 한계를 느낍니다.


잠들기 전, 큰 아들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하루 종일 게임하며 지낸 오늘의 너의 모습을 보면서 아빠가 화도 나고 두렵기도 하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아빠가 너와 동생을 돌보는 방법이 올바르지 못한 방법일까 봐 겁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부모로서의 두려운 제 속마음을 아들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외출했을 때 코로나가 위험한지, 

집에만 있으면서 게임중독이 위험한지, 

아니면.... 잘못된 양육방법이 틀린 줄도 모르고 아이들을 양육하는 나 같은 부모가 위험한지....


오늘, 간절하게 코로나가 멈추길 기도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중2에겐 코로나도 소용없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