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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Mar 02. 2020

중2에겐 코로나도 소용없더라.(3)

코로나 때문에 아들과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매일 5-600명 이상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아침 신문에 실린 코로나 기사를 함께 읽었습니다. 신문기사와 뉴스를 통해 코로나의 확산과 사망자의 증가 소식을 들으면 아이들도 긴장을 합니다. 그러나 신문을 덮고 뉴스가 끝나면 코로나의 위험도 덮어버리기 일쑤입니다.


오늘은 계획에 없던 집 정리를 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잠깐의 휴식시간을 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겐 휴대폰을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휴식시간인가 봅니다. 예정에 없던 자유함에 아이들은 즐거워합니다. 조금 쉬었다가 아빠와 함께 집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예비중1아들의 방부터 정리했습니다. 

초등학생 때 사용하던 책들과 물건들 그리고 작아져서 입지 못하는 옷들을 구분했습니다. 책은 버릴 것과 나눌 것을 구분했습니다. 많이 낡은 책은 집 근처를 돌아다니며 폐지를 모으시는 어르신을 모셔와서 전달했습니다. 나눠줄 책은 연령대로 구분하여 엄마 친구들 집으로 보냈습니다.  


아들의 옷은 주로 형님의 옷을 물려 입었습니다. 

작아진 옷을 다른 집으로 나눠주기에는 너무 헌 옷이 되었습니다. 차곡히 쌓아서 의류함에 넣었습니다. 옷을 정리하면서 아들의 낡고 작아진 속옷까지 버렸습니다. 작아진 속옷 중에는 아들이 아끼는 캐릭터 내복도 버렸습니다. 아들은 작아도 입고 싶다며 아쉬워했지만, 이제는 청소년이 되었다며 초등학생스러움을 버리자고 설득했습니다. 고민 끝에 즐겨 입던 마블 내복만 남기고 정리했습니다.


엄마는 중학생을 시작하는 아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아들은 엄마와 함께 안방에서 잠을 잡니다. 자기 방이 있음에도 잠자리는 항상 안방에서 엄마와 같이 잡니다. 아들 덕분에 아빠는 안방 침대 밑이나 아들의 방에서 주로 잠을 잡니다. 


예비중1아들 방에서 책과 책장을 들어냈습니다.

 장난감과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버렸습니다. 쓸고 닦고 정리해보니, 아들의 방은 제법 넓어 보였습니다. 캐릭터 침대를 버리고 깔끔한 싱글 침대를 주문했습니다. 2층 침대에서 형과 함께 지내고 싶어 했지만, 동생을 사랑하면서도 귀찮아하는 형은 동생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방 정리를 끝내고 고장 난 도어록도 교체했습니다. 

형제는 새로 구입한 도어록을 신기한 듯 살펴봅니다. 작업하기 위해 충전하는 전동드릴 세트를 재밌어합니다. 연장통을 꺼내 놓고 고장 난 도어록을 해체했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정보검색을 잘하는 작은 아들에게는 새로 산 도어록의 제품설명서를 살펴보고 설치방법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큰 아들에게는 도어록 교체를 도와 달라며 전동드릴로 풀고 조이기를 맡겼습니다.


아들들은 각자의 역할을 즐거워합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던 작은 아들은 동영상을 보며 순서를 불러줍니다. 큰 아들은 불러주는 순서에 따라서 드릴로 하나하나씩 도어록을 완성해 갑니다. 설치를 끝내고 비밀번호를 입력했습니다. 아이들 각자가 원하는 번호를 비밀번호로 사용하자며 강하게 요청했지만, 엄마의 생년월일로 비밀번호를 설정했습니다.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외출할 생각을 주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바쁘고 힘들게 움직이다 보니 바깥에서 친구들과 놀 생각을 못한 것 같습니다. 내일은 아이들과 또 뭘 하며 지낼까를 고민합니다. 주변을 정리하고 청소를 끝내고 나니, 저녁식사를 준비할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는 바쁘고 즐겁게 잘 지냈습니다. 아이들도 외출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보냈습니다. 이렇게 순탄한 하루를 매일 보내기를 기도합니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먹었던 식기를 싱크대로 가져가던 큰 아들이 등 뒤에서 조용히 속삭입니다.


"아빠.... 오늘은 똑똑했어요!. 내일은 저 나가야 돼요~ 수고하셨어요!"


아들에게 속마음을 들켜서 뜨끔했지만, 아빠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아들이 컸다는 생각에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아들과 조금 더 가까워진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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