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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Mar 03. 2020

중2에겐 코로나도 소용없더라(최종)

아빠는 더 이상 너의 외출을 말리지 않겠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죽을 수도 있다.

아빠는 더 이상 너의 외출을 말리지 않겠다.

바깥에 다닐 때 마스크는 꼭 쓰고 다니거라.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더 이상 아들의 외출을 말리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마스크 착용을 강조할 뿐입니다. 위험한 환경과 조심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친구들과 만나야 한다며 매일 저를 설득합니다. 강한 억압으로 아들을 막아야 하는데, 제가 모질지 못해서 아들의 외출을 마지못해 허락합니다. 


아들은 바깥에서 친구들과 피시방 혹은 노래방을 다닙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2-3시간씩 시간을 보내다 들어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도착하는 구청들의 재난문자는 아들에겐 스팸일 뿐입니다. 아들에게 위생과 청결을 수십 번 강조하며 집을 나서는 아들을 걱정합니다. 


예비중1아들은 학원에 갔습니다. 코로나가 생기기 전에는 학원에 가지 않게 해 달라고 사정했는데, 지금은 학원에서 코로나 때문에 오지 말라는 연락이 올까 봐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감금과 같은 생활을 하다 보니 집 밖을 나갈 수만 있다면 좋아 합니다. 그곳이 학원이라도 아들은 좋아합니다. 점심식사가 끝나자마자, 학원 숙제를 알아서 끝냈습니다. 울면서까지 영어단어 외우기를 싫어하던 아들이었는데, 오늘은 콩글리쉬로 말을 걸고 혼자서 중얼거리며 단어를 신나게 외웠습니다. 학원 가기를 기다리는 아들의 모습이 어찌나 즐거워하던지, 소풍 가는 날 아침의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지금은 오랜만에 혼자서 조용한 오후를 즐기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찾아다니며 저녁에 먹을 찌게나 국거리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반찬거리로 북어 양념구이를 해 줄 생각입니다. 한식조리를 공부할 때 가장 자신 있게 만들었고, 선생님께 칭찬을 많이 들었던 요리였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맛있고 멋스러워 보이는 반찬입니다.


말린 북어를 넓은 쟁반이나 접시에 올려서 물에 적셔서 불려놓으면 요리의 1/3 가량이 완성입니다.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양념장을 만들고, 북어 지느러미와 눈에 보이는 가시들을 제거한 후 먹기에 좋은 크기로 자른 북어에 골고루 양념장을 발라줍니다. 그리곤 석쇠나 팬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내면 맛있는 반찬요리가 완성됩니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0-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밥솥에 밥을 올려놓고 북어구이를 시작하면 밥이 다 되었을 시간에 북어구이도 완성됩니다. 


저녁식사 때 입 주위가 빨개지도록 북어 양념구이를 맛있게 먹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힘든 학원 수업으로 지친 작은 아들과 코로나의 위험 속에서도 친구들과 놀러 다니느라 고생한 큰 아들에게 음식으로나마 위로와 위안을 준다고 생각하니 없던 힘이 생겨납니다.


지금 다녀와서 저녁을 시작해야 식사 때를 맞출 수 있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장바구니를 들었습니다. 

휴대폰을 챙기고 지갑을 챙겼습니다. 

자동차 열쇠를 확인하면서 지갑을 열어 장을 볼 돈을 확인했습니다. 


어! 점심때까지 있었던 천 원짜리 몇 장이 사라졌습니다......


아....진짜.....이 새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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