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비가 오면 저와 함께 자가용으로 출근합니다.
비 오는 날이면 아침부터 바쁩니다. 비가 내리면 아내의 출근이 빨라집니다. 출근길 빗방울과 비에 젖은 우산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출근합니다. 빨랫감은 쌓이고 널어놓은 빨래도 뽀송하게 마르지 않습니다. 거실 바닥에 빨래를 펼쳐놓으면 하루 종일 분주함과 번잡함을 짊어지고 지내야 합니다.
며칠 전, 비가 내렸습니다. 출근하려던 아내는 현관문을 열고 잠시 하늘을 한번 쳐다보았습니다. 잠깐의 찰나에 많은 생각을 하는듯해 보였습니다.
오전 집안일이 마무리될 즈음에 장모님께서 부르셨습니다. 집안일을 잘해주어서 고맙다, 아이들을 잘 챙기는 걸 보니 든든하다, 더 이상 내가 집안일에 관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다... 등의 칭찬을 해 주셨습니다. 칭찬을 들을수록 왠지 모를 죄송함과 미안함이 생깁니다. 딸자식을 돈이나 벌게 하고, 나는 집에만 있다는 묘한 죄책감 같은 감정도 올라옵니다. 장모님께 감사함과 죄송함을 말씀드리며 일어섰습니다.
장모님은 한 마디만 더 하시겠다며 말씀을 계속하셨습니다. 저는 다시 앉았습니다.
비가 오면 출근길이 힘들고, 요즘은 더욱 전염병 때문에 조심해야 할 것이 많다며 비 오는 날은 직장까지 차로 데려다주고 오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순간, 아차! 하는 감탄사가 가슴속에서 울렸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려다 말고 비 오는 하늘을 올려다보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아내는 나에게 직장까지 차로 데려다 달라고 말을 하려다 그만둔 것 같습니다.
다음부터 비 오는 날이면 직장까지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게으른 저를 탓했습니다. 퇴근한 아내에게 장모님과의 대화를 말해주었습니다. 아침에 나에게 출근길 자가용 서비스를 부탁할까 망설인 게 맞다며 웃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비 오는 날에는 직장까지 데려다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어제 비가 내였습니다. 바쁜 아침은 더욱 분주해졌습니다. 아침식사를 먹는 아이들에게 식사 후 식탁 정리와 각자 해야 할 공부를 하고 있으라고 말하곤 아내를 직장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아내의 직장은 집에서 멀지 않습니다. 자가용보다는 버스가 10여분 더 빨리 도착하는 거리입니다. 아내는 비 오는 날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서 저와 함께 자가용으로 출근했습니다
출근길은 더디고 막혀서 답답했지만, 차 안에서 아내로부터 어제의 반성과 오늘의 할 일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집에 막 도착하니, 장모님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통화내용은 집에 뭐 필요한 게 없는가를 물으셨지만, 당신의 따님을 무사히 직장까지 데려다주었는지를 확인하려는 전화였습니다. 장모님께 떳떳하고 자신 있게 잘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며, 앞으로 계속할 것이니 염려하지 마시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잠자리에서 아내에게 장모님과의 통화내용을 말했습니다. 아내는 웃으며 엄마의 말에 신경 쓰지 말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잠을 청했습니다.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아내가 한마디 던집니다.
"집으로 오는 길은 출근길 반대 방향이라서 막히지는 않지?"
"어?.... 어!....."
조만간에 전업주부 이외에 전담기사라는 직업이 추가될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운전기사 역할은 조금 힘든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