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1,500원의 자유도 없습니다.

이젠 진지하게 나만의 용돈을 고민해 보려 합니다.

by 주부아빠

우리 집에서는 중학생이 되면 크게 달라지게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휴대폰 데이터가 무제한으로 바뀌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용돈이 인상되는 것입니다.


몇 년 전... 코로나 가 거의 끝나갈 무렵, 작은 아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당분간 등교도 하지 않고, 수업을 집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작은아들에게 요금제 변경은 필요 없다는 가족들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니, 중학생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고, 엄마 아빠는 아직 정식으로 입학과 등교를 하지 않았으니 아직은 중학생이라 할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작은 아들은 졸업과 동시에 데이터를 변경해 달라고 했지만, 입학식 하는 날 바꿔준다고 설득했습니다. 입학식만 기다리던 아들은 코로나를 원망하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아들은 참다못해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데이터 변경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울기 직전의 아들이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아내와 상의 후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바꿨습니다. 아들은 이날부터 행복한 얼굴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무제한이 되었다고 휴대폰 사용시간도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아들에게 자유함을 얻는 것은 그만큼 책임도 커진다는 의미라는 잔소리를 했습니다. 휴대폰 사용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휴대폰을 압수당하는 일이 많아지게 될 것이니, 더욱 조심해야 함을 설명했습니다.


무제한 데이터를 선물받은 아들은 이번엔 용돈 인상이 언제쯤 되는지 아빠에게 묻습니다. 중학생이 되었으니 당연히 용돈이 인상되어야 한다며 따지듯이 물어봅니다. 용돈은 학교와 학원 그리고 체육관을 다닐 때 필요한 교통비와 간식비가 포함된 것인데, 아직은 방학 중이니 용돈 인상은 개학 후 협상하자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아들은 무척 아쉬워합니다. 학교를 빨리 가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는 새 학년 새 학교의 기대보다는 인상되는 용돈을 더 많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빠는 지금 받고 있는 용돈의 씀씀이에 대해 잔소리를 덧붙였습니다.


"용돈 받으면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피시방 사장님이다. 피시방 사장님의 다이어리에는 너희의 용돈 받는 날이 기록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날이 사장님의 월급날이기 때문이다. 아빠 엄마에게 받은 용돈을 피시방 사장님께 전달하는 날이 용돈 받는 날이다..."


잔소리를 밤새워 할 수도 있었지만, 간단하게 푸념하듯이 말했습니다. 아들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진지하게 듣지 않습니다.


아빠는 용돈 받는 날이 없습니다. 살림에 필요한 모든 결제는 아내의 카드로 합니다. 현금이 없다 보니 몇 천 원도 카드로 결제합니다. 아내는 아빠가 어디에서 무얼 샀는지 문자로 확인합니다. 아내는 확인 후 빠진 것이나 부족한 것을 더 사 오라고 알려주거나, 필요 없는 것을 샀다며 지적하기도 합니다. 내 것을 위해 사는 것이 별로 없기에 아내의 지적질과 잔소리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들은 대부분 가족을 위한 것들이기에 불필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을 보고 마트를 나올 때, 포인트 적립을 깜빡 잊었습니다. 집에 다 도착해서야 생각납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에게 포인트 적립을 왜 하지 않았냐며 문자가 옵니다. 마트 포인트도 아내에게 문자로 알려주는 모양입니다. 아빠는 영수증을 모아서 다음에 장을 볼 때 한꺼번에 적립하겠다며 엄마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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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마트에 갔을 때 포인트를 몰아서 적립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1,500원짜리 커피를 결제했습니다. 아파트 거리에 핀 벚꽃이 예뻐서 길거리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봄을 즐겼습니다. 활짝 핀 벚꽃과 그 사이를 걷는 사람들을 구경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나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했습니다.


커피를 다 마셨을 때, 아내에게서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커피를 사 먹네요? 집에도 있는데....'


아마도 내 건강을 생각해서 보낸 문자였을 겁니다. 하지만 나에겐 1,500원의 자유도 없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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