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를 통해서 인생을 다시 배웠습니다.

아빠! 제가 좋아하는 떡볶이가 방금 먹었던 맛입니다. 기억해 주세요.

by 주부아빠

어제저녁... 멸치볶음은 실패했습니다. 소스를 만들 때 간장의 양을 너무 많이 넣은 게 문제였습니다. 짠맛을 줄여보려고 달달한 꿀을 계속 넣었지만, 짠맛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멸치볶음을 풍성하게 만든다고 호두, 아몬드, 땅콩을 듬뿍 넣었습니다. 들어간 재료가 아까워서 버리지 못했습니다.


밥을 먹는 큰아들에게 멸치볶음은 많이 짜다고 미리 말해주었습니다. 큰 아들은 밥반찬으로는 괜찮다며 잘 먹습니다. 아니, 먹어줍니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직접 물엿을 넣고 몇 가지 양념을 다시 넣습니다. 그래도 짠맛은 그대로입니다.


새삼 큰 아들이 고맙습니다. 아빠의 형편없는 요리 솜씨를 한 번도 나쁘게 말하지 않습니다. 먹을 만하다, 맛있다, 반찬으로 괜찮다.... 라며 자신만의 표현으로 아빠의 음식 솜씨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요즘 들어 큰 아들이 부쩍 성숙해졌습니다.


작은 아들은 다니고 있는 복싱체육관이 끝나면 이번엔 태권도에 등록시켜 달라고 요청합니다. 친한 친구 3명이 태권도장에 다니고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며 보내달라고 졸라댑니다. 큰 아들에게 동생의 요청을 들어주어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큰아들은 친구들과 어울려서 다니다 보면, 운동은 하지 않고 놀기만 하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태권도를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나름의 이유를 말합니다. 태권도는 다른 운동과 달리 개인 훈련이 아니라, 단체 훈련을 시키기 때문에 놀지는 못할 것이고, 요즘 유튜브에서 K-태권도가 유행이라서 동생이 배워보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주부 아빠로 살면서 가장 큰 보람은 아이들을 알아가는 것과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큰 아들을 통해서 작은 아들의 마음과 생각을 알아 갑니다. 작은 아들을 통해서 형님의 생각과 마음을 듣기도 합니다. 밥 먹는 식탁에서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말하기도 하고, 함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서로의 감정과 가치관을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주부 아빠가 되고 나니,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은 떡볶이를 배달시켜 먹자고 졸라댑니다. 아빠가 가장 잘 만드는 음식이 떡볶이라고 설명하곤, 아이들을 설득해서 아빠가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국물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한 국물 떡볶이, 치즈와 해물을 좋아하는 큰 아들을 위한 해물떡볶이, 그리고 단짠을 좋아하는 작은아들을 위한 짜장 떡볶이를 금세 만들었습니다. 가족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큰 아들의 요청으로 가족 모두 떡볶이 뷔페를 다녀왔습니다. 떡볶이가 종류별로 모여있었습니다. 다양한 소스와 야채들이 샐러드 바에 진열되어 있었고, 튀김과 라면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떡볶이를 종류별로, 소스별로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이스크림으로 매운 입을 달래면서 집까지 걸었습니다. 큰 아들이 걸으며 아빠에게 말합니다.


"아빠! 제가 좋아하는 떡볶이가 오늘 먹었던 맛입니다. 기억해 주세요.^^"


아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해맑게 웃으며 아빠에게 말합니다. 저녁에 잠자리에 누웠는데, 아들의 말이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만들어준 떡볶이를 먹고 나서 늘 '괜찮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집에서 먹은 떡볶이는 별로였다는 말이었습니다.


일어나서 물 한 잔을 마셨습니다. 떡볶이를 통해서 다시 한번 인생을 배운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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