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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Apr 18. 2020

교육의 의미

대한민국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동영상으로 하는 입학식, 유튜브로 학교를 소개하시는 교장선생님, 동영상으로 자신을 소개하시는 담임선생님... 난생처음으로 경험하는 신기한 일입니다. 


아침 8시 50분에 온라인 클래스에 들어가서 출석을 체크합니다. 담임선생님은 온라인 클래스에 당일 과제와 전달사항을 게시판에 올립니다. 학생들은 게시판을 통해 전달사항과 과제를 확인합니다. 9시가 되면 그날 학습해야 할 과목을 EBS 동영상 시청으로 수업합니다. 친구들과는 각 반마다 개설된 단체 톡방에서 인사를 나눕니다. 학생들은 서로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선생님은 아직도 온라인 출석체크를 하지 않거나 단체 톡방에서 보이지 않는 학생을 계속해서 찾습니다. 다행히 10여분 늦게 전체 학생의 출석이 확인됩니다. 학생들은 각자 수업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처음 경험하는 온라인 개학에 잘 적응합니다. 수업은 물론 전달사항과 과제를 이행하고 제출하는데 어려움을 모릅니다. 너무나도 익숙하게 적응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시대의 변화와 세대의 차이를 느낍니다. 


아이들은 동영상 수업을 빠르게 끝냅니다. 영상 플레이 속도를 1.5배속 혹은 2배속으로 빠르게 돌려서 학습합니다. 조사를 해야 하거나 모르는 영어 단어는 컴퓨터 하면 한쪽에 포털사이트를 띄워놓고 검색하거나 인터넷 번역 사이트를 열어놓고 영어단어를 바로바로 해석하면서 과제와 수업에 참여합니다. 


학습마다 이행해야 할 과제는 학습내용의 요약과 정리 그리고 학습과 관련된 사항을 조사하거나 교과서 문제를 푸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동영상을 보면서 중요한 내용은 휴대폰을 찍어 둡니다. 그리고 학습 요약과 문제풀이 시간에 휴대폰에 찍어놓은 학습내용을 참고하며 정답을 적고 과제를 끝냅니다. 잘 모르거나 하기 힘든 과제는 단톡 방에서 친구들과 과제 정답을 묻거나 공유합니다. 그래도 모르면 과제 올리는 게시판에 들어가서 먼저 올린 다른 친구의 과제를 다운로드하여서 그대로 베껴 제출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수업시간은 일찍 끝납니다. 단톡 방에서 수업을 빨리 끝낸 몇몇 친구들과 만나기를 약속합니다. 수업을 위해 개설된 단톡 방은 친구들과의 만남과 놀이를 계획하는 곳으로 변질되었습니다. 


학교 수업과 온라인 수업 둘 중에 어떤 게 더 재미있는가를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더 재밌다고 말했습니다. 왜 재밌냐고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학교 수업이 혼자서 수업을 듣는 온라인 강의보다 더 재미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아이들은 교육의 목적을 학습목표의 성취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재미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이란 가르칠 교 + 살찌울 육입니다. 가르침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과의 관계를 전제로 합니다. 살찌울 육의 한자는 아들(아이)을 뜻하는 한자가 거꾸로 달 월자 위에 놓여있습니다. 아이가 거꾸로 몇 달 동안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아이를 임신한 엄마를 뜻하기도 합니다. 임산부가 뱃속의 아이를 키우는 의미입니다. 이 역시 엄마와 아이가 탯줄로 연결되어 있듯이 엄마와 아이의 건강한 관계가 전제되어 있는 뜻입니다.


아이들의 온라인 개학을 보면서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의 교육은 어떤 의미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알기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앎을 적용하는 살아있는 교육을 아이들이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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