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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May 12. 2020

그냥 눈물이 흐릅니다.

사람은 몸이 아프면 감각이 예민해집니다.

사람은 몸이 아프면 감각이 예민해집니다. 예민함은 사소한 반응에 신경질적으로 대응합니다. 웃고 넘길 수 있는 일을 큰소리와 화로 대꾸합니다. 그래서 아프면 민감합니다.


아빠는 발이 자주 아픕니다. 오른발은 통풍이, 왼발은 족저근막염을 달고 삽니다. 통풍의 시작은 스트레스입니다. 학위논문을 쓰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통풍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번 시작된 통풍은 과로나 스트레스가 어느 한계치를 넘어서면 술과 고기를 먹지 않아도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부어 오릅니다. 몸이 피곤하거나 운동을 조금 많이 하면 왼발 뒤꿈치가 저려옵니다. 


두 발 모두 만성이 되었습니다. 통풍의 전조증상을 미리 예측할 정도로 오래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를 내려오는 첫발의 감각에 따라서 그날 하루 왼쪽 뒤꿈치의 통증을 예견할 수 있을 수준입니다.


몇 주 전부터 양발이 아팠습니다. 오른발 통풍은 병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었습니다. 왼쪽 뒤꿈치 통증은 오늘 병원 치료를 받고 약을 받아왔습니다. 다행히 오른발이 거의 다 나아갈 때 즈음에 왼발이 아파서 걷기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나이 탓을 해야 할지, 날씨 탓을 해야 할지.... 통증과 아픔이 자주 찾아오니, 마음까지 서글픕니다. 내 몸이 점점 노후되는 기분입니다. 쌩쌩했던 젊은 시절이 자주 생각합니다. 정말로 이젠 중년이 되려나 봅니다. 


아내는 부실한 저의 몸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조심성이 없어서, 잘 관리하지 못해서 그런다며 별일 아닌 듯 말합니다.  큰 병은 아니지만, 몸이 아플 때마다 감정과 기분도 아파온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서글픔이란 말을 온 몸으로 느껴봅니다. 


오전에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받아왔습니다. 점심을 먹고 큰 아들에게는 설거지를 시켰습니다. 작은 아들에게는 청소기를 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절뚝거리는 아빠가 불쌍해 보였는지, 아이들은 흔쾌히 그리고 당연하게 그렇게 하겠다며 염려 말라고 나를 안심까지 시켰습니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에게 부탁하고선 책상에 앉았습니다. 보내야 할 메일과 원고를 두 시간가량 정리하며 일을 했습니다. 다 하고 나와보니, 점심때 먹은 식기들이 그대로 입니다. 식탁 주변과 거실은 청결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입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일을 할 동안에 청소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을 불러서 잔소리를 하고 다시 부탁했습니다. 깜빡했다며 아이들은 곧 할 테니 염려 말라고 다시한번 말합니다. 다시 방에 들어가 하던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창밖에서 빗소리가 들립니다. 큰 아들에게 옥상에 널어놓은 빨래를 걷어 오라고 했습니다. 모두 너의 옷들뿐이라고 말하자마자, 큰 아들은 옥상으로 달려갔습니다.  


비가 막 내리기 시작할 때라서 빨래가 젖지 않았다며 가슴에 꼭 끌어안고 내려왔습니다. 자기 옷과 물건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게 보였습니다.


일을 끝나고 방에서 나와도 설거지가 그대로 쌓여있습니다. 아무 말 없이 아픈 발을 절뚝거리며 고무장갑을 착용했습니다. 설거지를 시작하자 큰아들이 자기 방에서 뛰쳐나오며 자기가 하려고 했다며 머쓱해 합니다. 괜찮다며 할 일을 하라고 돌려보냈습니다.


설거지를 끝내고 청소기를 돌렸습니다. 작은 아들도 방에서 아빠! 죄송해요~를 외쳤습니다. 하던 일이나 계속하라고 말하곤 청소를 끝냈습니다. 


잠시.... 식탁에 앉아서 멍~을 때렸습니다. 부어오른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보입니다. 뻘겋게 달아오른 왼쪽 뒤꿈치도 보입니다. 아무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냥 눈물이 흐릅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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