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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May 19. 2020

아들 VS 유튜브

싱크대 위에 놓여진 아이패드는 기름얼룩을 뒤집어 썼습니다.

오늘 중1 작은아들의 하복 교복을 받아왔습니다. 2월에 구매한 춘추복은 한번도 입어보지 못한채 그대로 옷걸이에 걸려있습니다. 하복 교복은 입지도 못하는 교복이 되지 않기를 두손모아 기도해 봅니다.


작은 아들이 잡채를 만들어 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족저근막염으로 절뚝거리는 아빠가 불쌍해 보였나봅니다. 정말로 할 수 있겠냐고 몇 번씩 되물어보았습니다. 아들은 자신있다며 앞치마를 입었습니다.


전업주부 아빠의 모습을 매일 보다보니, 아들도 요리에 관심을 보입니다. 아빠에게 주문만하면, 원하는 음식의 비슷한 맛의 음식이 만드어지니 쉬워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부모의 말과 행동를 자녀가 여과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아들은 재료준비를 끝내놓고 갑자기 아이패드를 찾습니다. 사진촬영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유튜브에서 간단하게 잡채만들기를 찾아서 플레이를 누릅니다. 그리고는 방송의 순서대로 따라하기 시작합니다. 유튜브 방송이 빨리 지나가면 잠시멈춤을 눌러놓고 음식만들기를 진행합니다. 만들다가 생각나지 않으면 다시 유튜브를 뒤로 돌려 다시보면서 음식을 만듭니다.


작은 손에 쥐어진 부엌칼이 위태롭게 보입니다. 칼이 무겁고 크다며 하소연을 합니다. 칼을 종류별로 몇개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것저것을 사용해 보더나 과도를 쥐고 다시 음식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30여분이 지나자, 잡채가 완성되었습니다. 삐뚤빼뚤하게 자른 야채와 채소가 인상적입니다. 한눈에 보아도 먹음직하고는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아들의 수고와 노력이 가상하여 맞있게 먹는 척을 할 각오로 한입 먹었습니다.


한입 먹어보니 제법 잡채맛이 납니다. 두번 세번 먹어보니 잡채가 맛있습니다. 아들은 양념의 비율과 만드는 과정을 유튜브에서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라며 겸손한척 합니다. 농담이 아니라, 반찬으로 먹기에 아주 훌륭한 맛이라고 칭찬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싱크대 위에 놓여진 아이패드는 기름얼룩을 뒤집어 썼습니다. 잡채맛이 아들의 솜씨인지, 유튜브의 솜씨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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