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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May 27. 2020

부모 vs 부모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다니면서 우리(?)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요즘 한의원에 다닙니다. 사상체질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체질이 따라서 몸에 맞는 음식을 알아보고 맞지 않는 음식을 피하면 지금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평소 잔병을 달고 사는 나에게 어느 지인이 추천해 주셨습니다.


기왕이면 아이들도 같이 검사를 하면 좋겠다는 아내의 말에 아이들과 함께 한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검사를 하고 침을 맞고 피해야 할 음식을 확인하고 돌아옵니다. 총 3회를 다녀야 합니다. 침을 맞기 시작하면 3회가 끝날 때까지 평소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음식을 한의원 카톡에 올려야 합니다. 한의사 선생님은 카톡에 올려진 먹은 음식을 보시고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수시로 체크해서 알려줍니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이 어떤 것들인지를 알기만 해도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입니다. 검사 이후에 먹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게 됩니다. 검사와 치료가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건강해진 것 같습니다. 


한의원에 두 번째 다녀온 날, 아내는 장모님과 장인어른, 그리고 자기도 검사를 받아보면 좋겠다며 예약을 잡아달라고 말했습니다. 예약을 하고 날짜를 알려주었습니다. 


한의원에 다니면서 저녁 약속이 생겼습니다. 오랜만에 반가운 지인과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메뉴로 고기를 구워 먹자는 말에 조심스럽게 다른 메뉴를 선택했습니다. 그나마 지인의 식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메뉴로 정했습니다. 


보쌈을 먹었습니다. 체질검사에서 육류를 먹지 말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보쌈은 삶은 고기라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에 먹으니 더욱 맛있게 고기를 마음껏 먹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오늘 만났던 지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저녁식사 메뉴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아내는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지금 검사 중인데, 왜 고기를 먹느냐며 화를 냅니다. 비싼 돈을 들여서 검사를 하고 있는데, 왜 주의하지 못하냐며 답답해합니다. 함께 식사하는 자리라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나타냅니다. 생각보다 화를 많이 냅니다. 굉장히 속상해합니다. 그리곤 말을 하지 않습니다.


나도 화가 납니다. 뭐.... 혼자만 먹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 잘 지키다가 이번 한 번뿐인데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아내가 어이없을 정도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약을 먹고 있는 것도 아니고, 먹지 말라는 음식을 한번 먹었다고 몸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아내는 나를 어린아이 취급하며 성질을 부리니, 오히려 내가 더 화가 납니다.


우리는 3일째 대화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눈치 빠른 작은 아들이 엄마와 함께 자겠다며 나에게 자신의 방을 내주었습니다. 혼자 자는 재미와 즐거움은 있지만, 눈치 보는 아이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다니면서 우리(?)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아내와의 냉전이 끝나면 우리(?) 부모님을 모시고 한의원에 다녀올 마음을 먹었습니다. 지금부터 부지런히 용돈을 모아 놓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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