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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Mar 17. 2021

자녀교육에 대한 푸념

온라인 수업에 힘겨워하는 작은 아들을 바라보며...

공부의 뜻은 사람이 학문이나 기술 등을 배우고 익히다입니다. 아느냐 모르느냐가 아니라, 배우고 익혔느냐가 핵심입니다. 이 공부의 의미를 아이들과 아빠는 전혀 다르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아빠는 학교와 학원 이외의 시간을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학교 숙제가 끝나면 공부 다했다고 말합니다. 학원 과제만 마무리하면 그날에 해야 할 공부를 다했다고 말합니다. 가끔씩 기분이 좋은 날에는 안 읽던 책을 읽으며 공부 좀 더 했다고 으쓱거립니다. 마치, 부모님을 위해 선심 쓰듯이 행동합니다. 지식과 지혜를 배우고 익히는 건 아들 본인을 위한 것이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속과 애간장을 가지고 놀듯이 말입니다.


별것 아닌 일도 배우고 익히려면 태도와 자세가 중요합니다. 공부도 학습자의 태도와 자세에 따라서 효율과 효과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녀에게 공부습관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합니다. 공부하는 습관과 루틴을 만들기 위해 학습상담과 코칭 선생님까지 만나기도 하고, 엄격한 규칙을 세워서 자녀의 생활습관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부모님들의 이러한 노력은 학문을 배우고 익히기가 그만큼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아들에게 공부를 많이 강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삶의 태도는 강조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 위에 이불을 개 놓게 합니다. 독서는 꼭 책상에 앉아서 읽어야 하고, 침대에 걸터앉거나 엎드리지 못하게 합니다. 식사할 때는 휴대폰을 각자 방에 놓고 오라고 말하고, 화장실에 들어갈 때도 휴대폰은 가지고 들어가지 말라고 합니다. 샤워는 가급적 빨리 마무리해야 하고, 방에서 거실로 나올 때는 잠깐의 시간이라도 소등을 하라고 시킵니다. 외출을 할 때나 귀가를 하면 가족 단톡 방에 메시지로 알리라고 강조하고, 귀가는 저녁 6시를 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아빠는 학습의 성적보다 생활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아빠도 불안합니다.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아도 정말 괜찮을까, 부모의 잘못된 교육방식 때문에 아들이 잘못된 인생을 살게 되지는 않을까... 아들을 잘못된 길로 걸어가도록 방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후회되기도 합니다. 아들의 성적을 확인할 때마다 후회하며 자책합니다.


온라인 수업은 아빠의 불안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은 학습자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요구합니다. 모니터를 통해 전달되는 일방적인 수업 동영상을 스스로 보며 공부해야만 합니다. 어른도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동영상 수업의 내용을 정확히 학습하고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세상이 알 수 없는 방식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가고 있으니 달라진 환경과 상황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그져 아이들이 잘 적응하여 무탈하게 지나가기만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랄 뿐입니다.


아침을 먹고 수업을 시작한 작은 아들은 한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일어나서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이유 없이 냉장고 문을 열어보며 먹을 게 없냐고 묻기도 합니다. 수업 중이니 자리에 앉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과를 깎아서 아들 책상에 올려놓았습니다. 지루해하는 아들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점심은 라면을 끓였습니다. 아들에게 라면을 끓이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들은 신이 나서 라면에 계란을 넣을지 말지, 떡국떡을 넣을지 말지, 파를 넣고 끓일지 말지를 행복해하며 고민합니다.


아들이 지금처럼 공부가 힘겨워도 가끔씩 이렇게 작은 것에 행복해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큰 일을 하는 위대한 사람이 못되어도, 스스로 만족하며 즐거워하는 삶을 살아가는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아빠도 가끔은 아들의 100점짜리 성적표를 받아보는 행복을 느끼고 싶습니다. 아들아.... 안 되겠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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