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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Jul 31. 2021

코로나 방학을 보내는 법...

아이들과 짧고 자그마한추억 만들기.

아이들은 코로나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거의 집 안에서만 지냅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던 PC방은 코로나 전염이 무서워서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다니던 축구교실도 당분간 4단계 지침에 따른 임시휴업 중입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집으로 놀러 가는 것조차 부담스럽고 민폐입니다. 아이들은 코로나 때문에 하루 종일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며 지냅니다.


엄마는 밖을 못 나가는 아이들을 위해서 문제집을 구입했습니다. 방학시간 동안에 그냥 놀고 있지 말고, 부족한 과목의 문제풀이를 하라며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작은 아들은 2과목, 큰 아들은 1과목을 풀어야 합니다. 


문제집 풀기를 감독하고 채점하는 일은 아빠의 몫입니다. 아내가 출근하고 아침식사를 정리하면 그때부터 아이들은 문제풀이를 시작합니다. 매일 저녁마다 엄마는 아빠가 채점한 문제집을 다시 확인하며 다음날 풀어야 할 분량과 범위를 메모합니다. 아이들은 메모에 기록된 내용을 확인하며 문제풀이를 진행합니다.


아이들이 문제집을 풀면, 아빠도 옆에서 책을 읽거나 일거리를 찾아서 시작합니다. 공부하는 아이들을 놔두고 아빠 혼서자 쉬거나 놀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 공부할 때, 옆에서 아빠가 책이라도 읽어야 한다는 게 엄마의 철학입니다. 그래서 엄마는 아빠에게도 책을 몇 권 구매했습니다. 아이들보다 아빠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아빠의 추억에서는 방학 때 친구들과 놀고, 가족들과 가까운 여행지나 시골을 다녀오면서 시간을 보낸 기억들뿐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요즘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안쓰럽고 불쌍합니다.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도 추억이고, 공부를 잠시만이라도 잊고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방학뿐인데 말입니다.


안쓰러운 아이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저녁에 서울 야경을 볼 수 있는 남산에 올라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멀리 있는 남산타워를 보면서 가끔은 궁금했다며 즐거워합니다. 남산타워 안에는 뭐가 있냐며 이것저것 묻기 시작합니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휴대폰으로 남산의 옛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야기해 줍니다. 아빠의 초등학교 시절에는 남산에 동물원과 식물원이 있었고, 사생대회나 소풍으로 남산을 왔었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가끔씩 가족들을 데리오 남산에 올라와서 사진도 찍었다며 추억을 들려줍니다. 

 

아내는 오늘 할 분량의 문제집을 다 풀었다는 아빠의 말을 듣곤, 남산타워 가는 걸 허락했습니다. 엄마는 퇴근과 함께 우리와 합류하여 남산을 올라갔습니다. 


남산을 올라가는 길은 많이 변했습니다. 없던 성곽이 생겼고, 오르는 길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동물원과 식물원 자리에는 옛 사진만 전시되어 있었고, 분수대도 사라졌습니다. 남산을 오르면서 아빠는 추억을 끄집어내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러주지만, 아이들은 듣지 않습니다. 귀찮은 듯 빠른 걸음으로 아빠를 앞질러 가버립니다.

이태원과 한강의 야경을 보고 명동의 빌딩 야경을 보다 보면, 어느새 남산타워 정상에 도착합니다. 

남산타워 전망대에 올라가고 싶었지만, 이미 이용시간이 끝났습니다. 편의점에서 각자 마실 음료수를 들고 밖에 나와 한강의 야경을 바라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습니다. 산이라서 바람이 제법 불어옵니다. 저녁이라서 더운 기온은 낮아졌습니다. 


"올라와보니, 좋은데요!"

"이런 서울 야경은 처음 봐요."

"남산타워가 이런 곳이었네요."


아이들과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부모로서 뿌듯합니다. 오늘은 공부를 감독하고 채점하는 아빠가 아니라, 추억을 함께 만드는 아빠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방학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멀리 다녀오기가 어렵습니다. 오늘처럼 짧고 자그마한 여행(?)을 자주 계획해 볼 예정입니다. 이것도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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