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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Sep 24. 2021

우리 가족도 이제 캠린이입니다.

가족캠핑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가족이 드디어 캠핑을 시작했습니다. 비싼 장비들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구입했고, 비교적 저렴한 장비들은 새것으로 구매했습니다. 캠핑 선배들의 후기를 참고해서 필요한 것들은 최소한의 규모로 준비해서 출발했습니다.


장소는 드라마 <슬의 생 2>로 알려진 경기도 양평의 캠핑장입니다. 신청하기 어려워서 포기했는데, 혹시 하는 마음으로 며칠 밤을 계속해서 신청 사이트를 들락거렸더니, 신청을 중간에 포기한 분의 자리를 우리가 잡았습니다.


아내는 구매한 텐트를 설치하는 동영상을 찾았습니다. 캠핑장에 가기 전까지 꼼꼼히 살펴서 보라며 가족 단톡방에 올렸습니다. 아이들과 아빠는 열심히 보며 익혔습니다.


캠핑장에 도착해서 텐트를 설치했습니다. 동영상은 텐트 설치가 간단하다며 쉽고 빠르게 설명했지만, 텐트는 보기와 다르게 복잡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동영상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아내의 눈총이 따가워질 때쯤, 텐트 설치가 끝났습니다. 아내는 텐트 입구에 구매한 장비들을 나열하며 짐을 정리합니다.


이른 저녁부터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산속이라서 해가 금세 사라진다며 저녁 준비를 서두르라는 아내의 지시를 따랐습니다. 화로에 장작으로 불을 붙였습니다. 그 위에 밥을 지었습니다. 냄비밥은 아빠의 살림 기술 18번입니다.


밥이 완성되고 나서 고기를 구웠습니다.  삼겹살에 새송이 버섯을 같이 구웠습니다. 삼겹살을 다 먹고, 추석 선물로 받은 등심도 구웠습니다. 아이들은 밥도 먹고, 삼겹살도 먹고, 등심까지 모두 먹었습니다.

아내를 위해 새우를 준비했습니다. 불판 위에 새우들이 맛있게 구워졌습니다. 아내는 새우가 깜짝 선물이라며 어이없다고 말하지만, 얼굴은 웃음이 가득합니다.


새우를 다 먹고 나서, 이번엔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도 준비했다며 오징어 짬뽕 라면을 끓였습니다. 새우 이벤트 덕분에 아내의 언짢은 마음이 풀렸습니다. 배불러서 더는 못 먹겠다는 아이들은 금세 라면 주위로 달려들었습니다.


가족 모두 배가 불러서 움직이지 못할 지경입니다.


소화를 시킬 핑계로 아이들과 설거지를 했습니다. 수세미는 있는데 주방세제는 깜빡하고 챙기지 못했습니다. 할 수 없이 샴푸로  설거지를 끝냈습니다. 다 씻은 냄비들에서 향긋한 꽃 향기가 올라옵니다.


저녁이 되면서 화롯가에 모였습니다. 아내도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옥수수를 꺼냈습니다. 수년 전, 태국여행에서 먹었던 구운 옥수수가 생각나서 준비했다며, 불 위에 옥수수를 올려놓습니다. 아이들은 AI목소리처럼 우와~를 낮고 짧게 외칩니다.

시큰둥한 반응에 아내는 다시 이번엔 진짜 선물이라며, 가방에서 마시멜로를 꺼냈습니다. 아이들은 사람 목소리로 환호성을 지릅니다.


옥수수는 불에서 쫓겨나 한 쪽에 구석에 모였습니다. 불 위에는 하얀 마시멜로가 까맣게 타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들은 마시멜로가 달고 맛있다며 한 봉지를 다 먹었습니다. 비싼 등심도 맛있는 새우도 마시멜로의 달달함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밤새도록 텐트 속에서는 마시멜로의 달콤한 향기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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