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향한 청소년의 외침
대한민국 사회를 넘어 전 세계의 조명을 받는 일명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가 발생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넘었고, 이를 규탄하는 촛불 집회는 6주차에 접어들었다. 하나 둘 밝혀져 가는 진실과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혹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를 비롯한 기득권 세력은 권력을 손에 쥔 채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매주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은 광장으로 나와 변화를 외치지만 그들은 조금도 미동치 않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는 시국 속에서 다시금, 아니 그 어느 때보다 청소년 정치 참여가 주목받고 있다. 대학가의 시국 선언으로 시작된 민주주의를 되찾으려는 노력은 연령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 전역으로 퍼졌고, 정치 참여와는 관련이 없다고 여겨지던 청소년들의 움직임도 점점 늘어감과 동시에 다양해지고 있다.
청소년 단체 '중고생연대'의 평화 시위와 거리행진, 대구 여고생 시국 선언 등으로부터 시작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항하는 청소년들의 행동은 전국 중고등학교 곳곳에 붙은 대자보와 학생회의 시국선언이 더해지며 성장했다. 몇 주 전 지방 청소년들의 집회 참여를 위한 교통비 모금에는 4800만 원이란 거액이 모였으며, 그 결과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1월 12일 '21세기청소년행동희망'이 탑골공원에서 개최한 전국 청소년 시국 대회에는 약 5000여 명의 청소년이 참가할 수 있었다. 다른 청소년 집회 인원을 더하면 1만, 광화문 시위에 참여한 이들까지 합치면 그 인원은 더 늘어날 것이다.
민중총궐기 대회 이후 다소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두 청소년 단체가 주도하는 청소년 집회는 매주 토요일 서울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으며 지역 신문에서도 청소년이 주도하는 시국선언과 자유 발언, 행진 소식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청소년들은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청소년을 바라보는 일부 '어른'들의 시선은 냉소적이기 짝이 없다. 전국 학교 곳곳에 붙어 있는 대자보는 떼어지고 있고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을 징계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요즘 춘천 시민임을 극도로 부끄럽게 만드는 김진태 국회의원은 집회를 주관한 청소년 단체 '중고생연대(중고생혁명)'를 '이적 단체'라고 칭하며 배후 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청소년이 광장으로 나온 데에는 종북 세력이나 전교조 교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한다. 청소년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없는 미성숙한 존재라는 심각한 오류가 전제된 발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후에는 최순실이라는 존재가 있지만, 중고등학생의 배후에 무엇이 있겠는가? 우리의 배후에는 그 무엇도 아닌 학교 교육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배웠다. 현 시국의 비상식적인 일들은 어려운 법적 근거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근거로 비판할 가치도 없다. 교과서에 나오는 민주 시민으로서 알아야 할 기초적인 상식에만 비추어보아도 이 시국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법과 정치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을 배운다. 하지만 모든 권력은 한 개인으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윤리와 사상에서 민주주의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고, 권력 분립과 경쟁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배운다. 하지만 세월호 아이들과 위안부 할머님들, 백남기 농민은 인간 존엄성을 존중받지 못했고, 노력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청년들의 믿음은 대학 특례 입학과 공무원 특채로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생활과 윤리에서 공직자는 청렴해야 하고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는 공직자 윤리를 배운다. 하지만 아직도 그들은 불투명한 장막에 자신들을 에워싼 채 진실을 숨기고 잊히기만을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한국사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중심에는 항상 학생들의 피땀이 있었다고 배웠다.
청소년들은 그 어떤 배후 세력이나 타인의 의지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상식적인 것들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비상식적인 사회에 분노하여 거리에 나오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도 주체적으로 사유하고, 판단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이다.
김진태 국회의원을 비롯한 일부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단지 '나이'라는 잣대로만 규정지으며 미성숙한 존재로 간주하는 태도를 당장 멈추고 사과해야 한다. 투표율이 낮은 20대 초반 대학생을 욕하면서, 정작 20대에 소중한 한 표를 던질 수 있도록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10대들에게는 정치적 중립을 강요하는 모순적인 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
청소년들도 더는 '미성숙'이라는 수식어가 우리 앞에 붙지 않도록 성장해야 한다. 행동하고 계신 청소년들은 감정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기보다는 이성적으로 비판해주길, 그리고 그동안 정치에 관심이 없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눈을 뜬 청소년들은 그동안의 정치적 무관심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똑바로 보기를 바란다. 아직도 자신과는 관련 없다 여기며 관심을 두려 하지 않는 청소년들은 조금만 눈과 귀를 열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보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의 악의 편이다." - 故 김대중 대통령"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 행동하자.
3장 그래도 청소년이 미래다
#3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