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묵자 Jun 21. 2017

영화 박열 관람 포인트 3가지

브런치 무비패스 - 이준익 '박열(The Anarchist)'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에서 제공한 박열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된 글입니다.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 초대를 받아 6월 28일 개봉 예정 작품인 '박열'을 관람하고 왔다. 오랜만에 보는 한국 영화이기도 하고, 평소 좋아하던 이제훈과 이준익인지라 어느정도 기대를 하고 갔는데 정말로 끝내주는 영화였다. 한국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감탄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박열'은 고증적 성격의 역사 영화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도 멋있는 인물들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시놉시스만 보면 로맨스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절대 로맨스란 단어 하나만으로는 이 영화를 규정할 수 없다.


역사적 사실을 거의 그대로 고증한 영화라 '스포일러'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지만, 최대한 스포일러를 배재하고  '박열'의 관람 포인트를 몇 가지 적어본다.



  1. 여자 주인공 '후미코'의 존재감


이 영화가 빛날 수 있는 이유는 포스터에도 얼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남자 주인공 '박열'도 있지만, 무엇보다 '후미코'란 이름의 여자 주인공 덕분이다. 그녀는 절대 박열이나 주변 남성 독립운동가들에 종속되는 의존적 여성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완벽하게 주체적인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재할 뿐이다. 영화의 표현을 따르면 박열과 후미코는 평등한 '동(同)지'의 관계였다. 박열은 그녀를 단순한 배우자나 자신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닌 동등한 독립 투사로서 그녀를 대하고 의견을 존중한다. 이런 박열과 함께, 조선의 항일운동에 동참하는 일본인이라는 특수한 정체성을 지닌 후미코는 천황의 제국주의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과 인류애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한다. 코믹하기도, 광기어리기도 한 그녀는 종종 박열 이상의 존재감을 나타낸다. 그녀가 일제강점기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흥미로운 캐릭터이다.



2. 박열-후미코-내무대신-교도관-검사의 치열한 심리전과 해학성


영화 초반부에는 조선인 대학살을 그리며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면 대부분 볼 수 있는 일본의 광기와 이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하지만 조선인 대학살은 영화의 발단 정도의 역할이었을 뿐 메인 플룻은 다자간 심리전이다. 일본 내무대신, 교도관, 일본인 검사, 박열과 후미코 5인은 러닝타임 대부분의 시간 동안 끊임없이 서로를 경계하고 상대를 파악해 한 수 앞을 보려 애를 쓴다. 이들의 심리전이 재미있는 이유 하나는 단순한 '선vs악'의 구조로 심리 대결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 또 하나는 인물들이 지니고 있는 다채로운 성격이 충돌하며 해학성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박열과 후미코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이들의 적으로 묘사되는 일본인들 또한 그리 단편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범한 일제강점기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제국주의 일본의 절대악적 요소뿐만 아니라 시혜적인 연민과 동정, 정의관과 명령 사이의 자기기만 등 보다 다양한 모습이 영화에 그려졌다.



3. 일본에 대한 분노보다는 '조선인의 목소리'에 주목


두 번째 포인트에서도 언급했듯이 '박열'은 단순하게 일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일본인 때려잡는 장면에 희열을 느끼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 내내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무겁고 진지하게만 그려내지도 않는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것치고 다소 가볍게 그려지는 주인공들의 몇몇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영화 '박열'이 주목하는 것은 '일본의 악함'이 아니라 당대 '조선인의 목소리'이다.


영화가 가장 공을 들여 고증한 부분은 3차례에 거친 박열과 후미코의 재판 과정이었다. 그들의 재판은 일종의 항일 투쟁으로서 기능한다. 그들이 왜 사형을 무릅쓰고 대역죄인으로 서려 했는지, 어떤 모습으로 재판장에 존재했는지, 어떻게 천황주의의 불합리성과 재판의 정치적 불순함을 천명했는지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본다면 생각할 거리가 참 많을 것이다. 재판에 임하는 박열과 후미코의 뜨거운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 그들이 내뱉는 논리적인 대사 하나하나가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외에도 정말로 가슴 뜨겁고 멋있는 장면과 대사, 인물들이 참 많다. 이제훈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그려진 포스터 하나만 보고간 나로서는 많은 장면들에 더욱 더 큰 인상을 받았다. 이 영화나 '박열'이란 인물에 대해 모르는 분이라도 꼭 영화관에서 그 뜨거움을 먼저 체험한 다음 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정말로 멋있는 영화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연해 보이는 것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