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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 Apr 20. 2019

머리 묶는 법

젊음의 궁상




너를 만나면서 내가 부족한 것을 깨닫는 순간은 너무 많아.
그런데 그중 유난히 잘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

뒤에서 너의 머리를 묶어주는 것.
가끔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었을 때나,
한겨울 정전기로 흐트러진 머리를 내게 만져달라는 네 말에
나는 최대한 섬세하게 정리를 해주곤 해.

그런데 머리를 묶어달라는 건 뭐랄까
공부하지 않은 시험을 치는 기분이라서
잘 못 묶더라도 편하게 묶어볼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못하겠어라는 말이 먼저 나와.

엄마가 어린 딸의 머리를 묶어주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능숙하게 슥슥 머리를 잡아서 한 손에 끼워진 고무줄로
휙휙 적당한 텐션으로 묶는 장면을 볼 때면
그대로 달려가 저 머리 묶는 것좀 알려주세요 라고 말을 걸고 싶어.

머리 고무줄이 튕겨 나올까 눈을 찌푸리고 겁내는 것부터
고쳐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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