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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 Apr 20. 2019

장바구니

젊음의 궁상



짧은 양말을 신어 발목이 훤히 보이는 네게
영하의 날씨에 제정신이냐며 한껏 잔소리를 해 놓고는
마음이 좋지 않아.

잠들기 전에 인터넷 쇼핑몰을 구경하다 그 생각이 나서
열심히 좋은 양말을 찾았어.

예쁜 양말들이 많지만 손발이 유난히 찬 네가 불편하지
않게 따뜻하게 신을 것을 찾던 중에 발바닥 안쪽 부분이
도톰하고 따뜻한 털로 짜여 있는 양말을 발견했어.

너는 무난한 색의 옷을 입고 다니니까 아주 밝은 색이나
패턴이 있는 것이 아닌 무채색의 심플한 것으로 열 켤레를
장바구니에 담았어.

다른 필요한 게 없을까 하다 오래 사용해서 보풀이 많이
일어났던 목도리를 하고 있던 것이 생각났어.
이건 검은 코트에 어울리겠다, 이건 베이지색 패딩점퍼에
어울리겠네 하며 몇 개를 담았어.

정신없이 사이트를 둘러보고 결제를 하려 장바구니를
열었는데 순식간에 몇십만 원이 훌쩍 넘었더라고.
예쁘고 사주고 싶은 게 이렇게나 많구나 생각했어.

아쉽지만 목도리와 양말을 제외한 물건들을 빼고
결제를 했어.

담아놓은 것들은 중간에 하나씩 몰래 사줘야지 하면서.
네모난 시계보다 동그란 걸 좋아하고, 가죽 시계는 있어서
스틸 시계를 갖고 싶다 말한 너를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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