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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 Apr 22. 2019

카페에서

걸으며 한 생각



작업을 하러 간 카페 벽에 노트북의 전원 선을 꽂으려 몸을 기울였을 때,
그리 멀지 않은 맞은편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던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훌쩍이고 있었어.

몇 분 뒤 한 남자가 와서 여자의 앞에 앉았을 때 여자가 그저 감기에 걸려 훌쩍인 것이 아닌 걸 알게 되었어.
그리고는 아마도 여자에게 있어서 오늘만큼은 세상 그 누구보다 냉정할 남자의 가시 박힌 말이 시작되었어.

여자가 내뱉는 말들은 진심의 유무를 떠나 너무나 간절하고 절실했어.
어느 순간 카페의 모든 공기는 마치 그 남자와 여자의 대화에서부터 시작된 듯 한층 무거워졌고 수다를 떨고
일을 하던 모든 사람들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종이에 무언가를 적던 손놀림이 느려졌어.

이미 오래전 너무나 지쳐 마음을 정해버린 듯한 남자의 차가운 말들이 카페에 울려 퍼질수록
여자의 간절함은 더해갔어. 마치 카페의 모든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여자의 말에 응원을 보내는 듯한 분위기가 계속되어갔던 것 같아.

두 사람의 속 사정이 어떻든 그 대화를 듣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여자의 편을
들어주고 싶을 만큼의 간절하고 처절한 붙잡음이었아.
듣고 있던 남자는 도저히 얘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답답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더 이상 절실할 수
없을 것 같던 여자가 남자보다 반 템포 빠르게 일어나 남자를 꼭 잡았을 때 거칠게 울려 퍼지던 의자의 끌림 소리와
남자의 두터운 패딩이 쓸리는 소리가 카페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말없이 듣고 있던, 조용히 여자를 응원하던 모두는
어렴풋이 여자가 남자를 더 이상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두 사람 사이에서 노트북의 전원을 빼고 가방을 싸는 동안 바라본
그리고 있던 그림의 분위기는 너무나 슬퍼져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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